[자치단상]재정분권, 지방의 기대와 중앙의 셈법
[자치단상]재정분권, 지방의 기대와 중앙의 셈법
  • 경기신문
  • 승인 2019.07.07 18:25
  • 댓글 0
  •   17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환경기연구원선임연구위원
이용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재정분권이 추진 중인데 그 내용은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한 지방재정의 실질적 확대이다. 올해에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4%p를 인상해 부가가치세의 15%까지 지방재원으로 하고, 다시 내년에 6%p를 추가 인상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시도지사협의회의 의견을 참고해 발표한 재정분권 1단계 후속조치에 의하면 이와 같은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지방은 2020년 약 8조5천억 원의 재원 증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단순히 기존 국세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이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었던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사업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이 지방 이양사업으로 포함돼 있다고 한다. 중앙정부는 국고보조사업의 지방이양에 소요되는 재원 3조6천억 원과 시·도교육청 등에 대한 재원감소 금액 9천억 원을 지방소비세 인상분으로 대체해 보전한다고 한다. 그러면 지방이 기대했던 지방소비세 인상 금액의 일부를 지방이양 사업에 대한 비용으로 지출하게 되어 지방재정 확충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방으로 이양하는 국가균형발전사업 등 국고보조사업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에 재원을 지원했던 것인데, 이제 중앙이 그 비용 부담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사업은 2004년에 국가균형발전법을 제정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하여 중앙정부가 지방에 재정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 특별회계 지역자율계정의 주요 세입은 주세의 100분의 40, 과밀부담금, 개발부담금,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로부터의 전입금 등이며, 지역자원계정의 주요 세입은 주세의 100분의 60, 개발제한구역 보전 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자동차교통관리 개선 특별회계로 부터의 전입금 등이다. 그런데 이 특별회계의 주요 재원은 전통적으로 지방의 발전과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에 사용돼 왔었다. 이러한 흔적은 국가균형발전사업 이전에 운영했던 지방양여금 사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방양여금 사업은 국세수입의 일부를 지방에 양여해 지방재정의 기반을 확충하고 도로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여 지역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2005년 폐지 이전의 지방양여금 재원은 주세의 전액과 교통세의 1천 분의 142였다.

이와 같이 지방양여금 사업이나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재원은 모두 지방의 발전에 사용됐던 것이다. 그러니 균형발전이나 낙후지역발전과 같은 사업을 지방에 이양한다면 이 사업에 활용됐던 재원도 함께 지방에 이양해 줘야 한다. 재원이양 없이 사업 책임만 지방에 넘겨주면 지방은 지방이 자주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지방소비세와 같은 일반재원으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하니 이번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에 대한 기대가 꺾이게 된다. 중앙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중앙 재원을 지방에 넘겨주니 그동안 중앙이 부담했던 비용의 일부를 같이 넘겨주고 싶을 것이다.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대표되는 재정분권에 대한 지방의 기대와 이를 추진하는 중앙의 셈법이 이렇게 어긋나는 것이다.

한껏 재원을 이전해 준다고 하여 지방은 이제 조금이나마 재정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 꿈이 부풀어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중앙은 사업 자치를 내세워 재원이전 없이 사업의무를 지방에 전가하고 있다. 지역발전 사업을 지방이 자율적으로 자기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추진하라는 지방자율의 명분이 지방소비세 인상분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의 셈법으로 지방은 망연자실해 질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말로는 재정분권을 외치며 실제는 지방을 위해 사용됐던 지방재원을 잠식하는 것으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분권인 지방소비세 인상에 대한 지방의 기대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