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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불보사찰, 통도사 여행3

 

 

 

연일 무더위가 시작되더니 단비가 내려 제법 선선한 아침을 맞는다. 그래도 한낮의 무더위는 이어진다. 오늘은 무더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을 통도사의 마지막 여행을 이어가보자.

통도사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금강계단이다. 금강계단은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해 놓은 곳이다. 계단(戒壇)이란 스님이 계를 받는 단, 즉 계를 수여하는 의식이 진행되는 곳이 바로 금강계단이다.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이곳에서 계를 받는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따라서 통도사의 역사는 이 금강계단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자장율사께서 처음 만들었던 금강계단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중수를 했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자장율사께서 처음 세우신 금강계단의 모습은 잘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사방으로 넓게 사각형으로 조성된 2단의 기단이 자리하고 기단 중앙에 아담하게 돌로 만든 석종형 부도가 자리하고 있다.

금강계단을 마주하면 처음 드는 생각은 ‘눈부시다’이다. 너무 깨끗해서, 너무 맑아서 눈부시다. 왜 이렇게 깨끗한 느낌일까? 불자들의 정성도 많이 깃들여있겠지만 모든 날 짐승은 금강계단 위로는 날지 않으며 그 위에 배설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눈부신 곳에서 많은 신도들이 두 손을 합장한 채 시계방향으로 탑돌이를 하며 참배를 한다.

금강계단과 대웅전은 상노전의 중심영역으로, 중노전에서 상노전으로 접근하면 대웅전을 만난다. 대웅전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각각 다른 이름의 편액이 걸려 있다. 대웅전은 동쪽에 걸려 있는 편액이고, 서쪽에는 대방광전, 남쪽에는 금강계단, 북쪽에는 적멸보궁이 걸려 있다. 동쪽의 기단 위를 통해 금강계단을 들어갈 수 있으며 금강계단이 위치한 곳이 대웅전의 북쪽에 해당한다. 북쪽의 편액에 적멸보궁이 걸린 이유는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곳을 적멸보궁이라 하기 때문이다.

대웅전 내부에는 불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금강계단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으니 이 곳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참배만 드리는 전각이다. 동쪽에서 대웅전을 접근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기단의 꽃문양과 계단의 소맷돌 문양, 그리고 문살의 꽃문양이다.

국보 290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인조22년(1644)에 새로 중건한 건물이다. 그러나 꽃문양이 조각되어진 기단은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라시대의 기단에 조선시대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대웅전의 서쪽으로 가면 대방광전 편액이 걸린 바로 앞에 조그마한 타원형의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연못이지만 가운데 다리도 놓아 앙증맞은 연못이다. 이 연못의 이름을 구룡지라 하는데 이 곳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자장율사께서 문수보살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부처님의 가사와 사리 등을 주면서 영축산 기슭에 사는 용들이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그곳에 금강계단을 설치하라는 계시였다. 또한 이 가사와 사리를 봉안하면 만대에 이르도록 멸하지 않고 천룡(天龍)이 그 곳을 옹호하게 되리라는 내용이었다.

자장율사께서 귀국해 나쁜 용들이 산다는 못을 메워 그 위에 금강계단을 쌓았다. 이 곳에 살았던 용들 중 여덟 마리는 스님께 항복해 다른 곳으로 도망갔으나 유독 눈먼 용 한마리만은 이 곳에 남아 터를 지키겠다고 해서 스님이 연못의 한 귀퉁이를 남겨 그 용이 살 수 있게 했다는 전설이다. 연못의 한 귀퉁이를 남긴 곳이 지금의 구룡지이며, 작은 연못이지만 심한 가뭄에도 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신기한 연못이다.

통도사는 적멸보궁을 간직한 큰 사찰에 해당하지만 참 아기자기한 느낌의 사찰이다. 몇 번씩 가도 후회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인데,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금강계단에서 참배가 가능할 때 가면 더 좋다.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탑돌이를 하면서 우리의 소망을,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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