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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생각]음서제

 

 

 

음서제는 특권층의 가문과 지위를 이용해 관직에 진출하던 제도였다. 고려 시대에, 중국 당·송 시대의 음보제를 받아들여 시작된 제도다. 음서라 불리는 것 외에도 공음(功蔭) 음직(蔭職) 문음(門蔭) 음덕(蔭德)이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그런데 하나같이 음이라는 낱말이 조합돼 있었다.

 

왠지 음습한 기분이 드는 어휘다. 그런 까닭이 작용해서일까. 필자는, 낮추고 비꼬아 보려는 심사가 개입되어 음(蔭)자를 붙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당시 수혜대상자들도 손쉬운 음서제보다는 과거제도를 통해 관직에 진출하려 했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그런 풍조마저도 사라졌다. 아예 과거제도를 통하지 않고 음서제를 이용해 출사하려는 풍조가 만연해졌었다. 이를테면 이러한 흐름은 매관매직의 단초로 작용했고 조선멸망의 여러 요인 중의 하나가 됐다.

연예인은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각종 음악학원, 무용학원, 연기학원 등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선호하는 것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더라도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 중의 하나다. 소위, 스타만 되면 단번에 돈과 명예를 거머쥐고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릴 수 있어서다.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제작비의 대부분은 스타의 몫이라는 말을 들었다. 실상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말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 분야를 가리켜 정글의 세계라고들 한다.

대학마다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연예기획사마다 지망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이 시간에도 자신의 몸과 영혼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또 준비를 끝내놓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선택되기만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70·80년대만 해도 해도 일자리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능력이 부족한 친인척의 취업을 돕는 것은 별로 흠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4차산업 시대의 도래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가고 있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일자리를 가진 사람마저도 불안한 지경이다. 그렇기에 일자리 얘기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됐다. 곧 생존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력 정치인이 채용 비리를 파헤쳐 질타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자신도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려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 있다. 다른 정치인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그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주변에도 채용 비리 의혹이 있다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일자리가 국정과제로 설정돼 있을 만큼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음서제가 작동되는 듯한 분야가 있다. 방송·연예 분야다. 특수성을 빌미로 요즘 들어 더 기승을 부리는 느낌까지 든다. 소위, 스타 연예인의 경우, 시공을 초월하듯이 이곳저곳의 화면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기는 하다. 자본주의 논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여서 그럴 것이다.

스타의 광고효과는 대단하다. 그런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TV를 시청하다 보면 스타 가족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어떤 스타와의 관계까지도 꿴다. 광고에도 등장한다. 심지어 중년의 부모들이 출연해 아슬아슬한 얘깃거리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물론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눈에는 제작진이 만들어낸 상황을 어설프게 소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방영되고 있다. 그다지 자질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관없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수많은 지망생이 설 자리는 별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스타 연예인의 특수관계효과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이런 모습에서 음서제도가 떠오르는 까닭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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