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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휴가, 우리들의 일상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지난 28일 오후다. 이와 동시에 “예정된 직원들의 휴가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달 2일로 예상되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배제 결정 여부 등 시국을 고려해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하루앞서 제주도에서 보낸 1박 2일은 ‘가장(家長)의 미안함’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주문 이후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 여름휴가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휴가 계획을 자연스럽게 취소했고 고민정 대변인과 모 수석은 29일 하루만 사용하고 복귀했다. 문대통령의 배려와 달리 휴가를 포기하고 청와대로 줄줄이 되돌아오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단, 비교적 화이트 리스트 사태와 관계가 적은 수석들은 예외로 알려졌다.

정부와 국회도 다르지 않다. 이낙연 총리는 다음 달 예정된 휴가를 미리 취소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성윤모 산업부 장관, 박영선 장관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회는 더 혼란스럽다. 소위 ‘간 것도 아니고 안 간 것도 아닌’ 모양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9일 휴가를 떠났지만 국회 상황에 따라 컴백을 예고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 달 중국과 러시아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대기중이다. 지난 29일부터 휴가가 예정됐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30일 열린 당 회의에 참석했다. 이보다 앞서 정의당은 의원 전원 휴가 반납이라는 배수진을 쳤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가장 곤혹스런 사람들은 윗선을 모시는 측근들이다. 눈치가 보여서다. “위에서 안 가는데 어떻게 휴가를 가느냐”며 “윗사람들이 휴가를 가야 국내 관광이 활성화 된다”는 읍소를 다 했다니 말이다. 여름 휴가만을 기다렸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애절함이 느껴진다.

위기의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윗사람 눈치보느라 갔던 휴가를 서둘러 반납하는 건 코미디다. 아니, 구태(舊態)다. 조직이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꼴이다. 대통령은, 총리는, 의장은, 당대표는 명분이나 책임감으로 휴가를 반납할 수 있다. 허나, 동시에 아랫사람들이 당연한 권리를 부담없이 누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마음대로 시켜, 난 짜장면”을 외쳤다던 어느 교수와 다를바 없다. 일상(日常)이 존중받는 사회가 민주주의다. 일상 유지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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