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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대장이 너무 많은 세상

 

 

 

‘파르살로스 회전’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결전은 카이사르의 완전한 승리로 끝을 맺었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그 전쟁은 당연히 폼페이우스의 승리로 끝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무장 보병은 카이사르의 2만 2천명에 비하여 폼페이우스는 4만 7천명, 기병은 카이사르의 1천기에 비하여 폼페이우스는 무려 7천기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폼페이우스 측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면 축하파티를 하기 위하여 고급음식과 화려한 축하장식을 해두었지만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뒤이어 폼페이우스의 죽음과 카이사르의 영웅화의 길은 더욱 확고하게 이루어져 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승리의 원인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카이사르에게는 카이사르라는 대장이 하나였지만 폼페이우스에게는 폼페이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장들이 너무 많았다. 그 대장들은 싸움도 시작하기 전에 저마다 승리후의 논공행상을 놓고 야단들을 치고 있어서 모든 것이 어지러웠다.

또 카이사르에게는 대대 단위로 직접 전투를 맡는 중간 지휘자와 지휘자를 믿고 따르는 병사가 많았지만 폼페이우스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더구나 폼페이우스의 대장들은 모두가 잘났다고 설쳐대고 있었다. 그래서 늘 혼란스러웠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대장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될 지각사유 같은 것을 가지고 전화를 걸어 교장을 바꾸라고 하거나 직접 찾아온다. 일반 행정 관서에서도 작은 민원 하나를 가지고 시장을, 군수를 바꿔달라고 큰소리를 친다. 일반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담당 사원을 만나서 해결할 일도 상무를, 사장을 바꾸라고 소리를 친다. 나도 너의 관공서의 기관장과 같은 위치의 사람이니 기관장을 바꾸라는 식이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너무 많아서 명령하고 큰소리만 치려고 하는 현상과 같아서 실제로 움직여주어야 할 손과 발이 적은 세상이 되었다.

속된 말로 ‘모두가 똑똑하고 잘나서’ 왕자와 공주요, 귀족이며, 지휘자의 입장에서 호령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장의 위치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쪽으로 가라, 저쪽으로 가라, 아래로 가라, 위로 가라!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하나인데 도대체 저마다 자기주장과 눈높이와 자기의 입장에서만 목소리를 크게 내고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부름 뜨면 어쩌란 말인가?

왜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렇게도 곳곳이 시끄러운가? 법과 질서가 우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란 협의와 대화이며 이해와 질서인데 그런 민주주의의 핵심들은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우리의 몸에 머리는 하나만 있어야 한다. 나머지는 손발이고 각 맡은 바 기관이어야 하고 그 기관의 책임완수가 건강한 우리의 몸을 지탱해주는 것처럼 대한민국이란 몸체도 대장이 너무 많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한다면 손발이 되어 일하는 국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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