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한일관계, 우리가 골리앗이다
[경기시론] 한일관계, 우리가 골리앗이다
  • 경기신문
  • 승인 2019.08.19 19:17
  • 댓글 0
  •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전혀 승산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통념은 다윗은 평범한 소년이었고, 골리앗장군은 전쟁경험 많은 키가 3m 가까운 거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구약성경 원문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무기를 보자. 골리앗은 칼과 창, 단창을 가졌고, 갑옷과 투구, 방패가 있었다. 다윗은 물매와 돌 다섯 개를 가지고 싸우러 갔다. 투석기인 물매(sling)는 길쭉한 헝겊이나 가죽을 접어 중간에 돌을 넣고 빙빙 돌리다가 한쪽을 놓아 돌이 튀어나가는 무기로, 육상의 해머던지기와 같은 원리다. 칼과 창은 손에 잡고 싸우며, 단창은 던질 수 있지만 200미터까지 나가는 물매에 미치지 못한다. 누가 유리한 싸움인가? 다윗이 유리하다. 다윗은 멀리서 물맷돌을 던져 골리앗의 이마를 맞혔고 거인은 쓰러졌다. 싸움에 임하는 자세를 보자. 골리앗은 다윗을 우습게보고 싸울 준비도 안했다. 이마에 돌이 박혔다는 것은 투구를 쓰지 않았고 방패도 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에 다윗은 신의 뜻이라며 승리를 확신한 채 임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에서 우리는 다윗일까?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는 골리앗이다.



- 경제전쟁에서의 승패는 정신력보다 기술력이 좌우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 달 12일 전남 경제비전선포식에서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했다. 이순신이 수군통제사로 복귀해 남아있는 12척(김억추가 합류하여 13척)으로 130여척의 왜군에 승리한 명량해전을 든 것이다. 정신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해는 말자. 정신력만으로 기술의 격차를 극복할 수는 없다. 왜군의 안택선(安宅船)은 노꾼 90명 전투원 200명이었으나, 조선의 판옥선(板屋船)은 노꾼 110명 전투원 54명에 불과했다. 안택선이 대부분 근접전투원이었으나, 판옥선은 포격수 36명에 사부(궁수) 18명으로 원거리 포격전용이다. 안택선은 밑이 V자 형으로 날렵하고 속도가 빨랐으나, 판옥선은 밑이 평평하고 육중해 화포의 발사충격을 견딜 수 있고 배의 회전이 빨랐다. 둘이 부딪히면 안택선이 부서진다. 화포도 조선의 천자총통은 1200보를 날아가고, 보통 24기의 화포를 갖췄다. 왜군은 배의 구조상 발사충격 때문에 작은 총통만 설치했고 그나마 대장선에도 3기밖에 없었다. 왜군의 조총은 유효사거리가 50m 내지 100m지만, 조선의 활은 유효사거리가 145m나 되었다. 따라서 조선 수군의 함포전은 백병전 중심의 일본 수군에 기술적으로 우위였다. 여기에 명량해전이 벌어진 울돌목은 폭이 좁고 물살이 센 곳이라 130여척이 한꺼번에 덤빌 수 없는 곳이다. 무기의 우월성, 유리한 지형, 높은 사기가 어우러져 승리한 것이지 단순히 정신력만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 각계의 장기적 노력과 기술축적만이 일본에 이길 수 있어

이순신의 가장 위대한 점은 임진왜란 1년여 전 부임하여 배와 무기를 준비하고 군대를 정비한 데 있다. 칠천량해전도 단순히 원균이 무능해서 패한 것이 아니다. 수륙양면 작전을 주장하며 기다리던 수군통제사 원균의 곤장을 치면서 출전을 강요한 도원수 권율과 조정의 미숙한 판단이 패인이었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이순신의 말은 패전 후 조정이 수군을 해체하려 할 때 나온 말이다. 전장에서 먼 조정의 판단은 방해만 됐다.

일본이 무역전쟁을 도발해 올 때까지 우리는 별다른 준비를 못했다. 1990년대부터 소재부품 산업이 강조됐지만 실천하지 못했고, 지금 일본의 선제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수출입선의 다변화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자. 중소기업은 소재와 부품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대신 일제보다 더 좋은 품질과 조건을 갖추자. 중소기업은 자금력이나 연구개발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지 말자. 그래서 상호연합이 필요하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인 국민은 현명한 불매운동으로 참여하자. 그래야 단기적 충격을 딛고 우리가 일본을 압도할 수 있다. 이윤추구가 궁극목적인 경제분야는 극단적으로 합리적이다. 여기에 정치논리나 파벌적 투쟁논리는 방해만 된다. 그것이 경제에 정치를 개입시킨 아베가 결국 패배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