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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상위 포식자’ 인간 중심적 사고에 던지는 경고

전시리뷰-‘생태감각’(백남준아트센터)

‘인간의 자연’ ‘서식자’ 주제로 작품 전시
백남준 작가의 생태학 비전 담긴 ‘사과나무’
인간의 욕망과 물질 다룬 윤지영 작가 ‘에라’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발효컬트’ 등
인간 행동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믿음 바탕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가져야할 생태학적 전망은 과연 무엇일까?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9월 22일까지 인류세라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편향된 감각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생태감각’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인간의 자연’과 ‘서식자’라는 주제로, 총 10팀의 작가들이 현재 인간 종의 지속성을 위한 인간의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감각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 ‘생태감각’의 포스터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포스터는 명확하지 않은 그림들이 서로 얼기설기 그려져 있어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식물과 곤충, 숲속의 버섯, 바다 속 문어 등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전시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해 가려져 있던 무수한 생명체와 비생명체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하는데 ‘다윈’과 ‘사과나무’가 그것이다.

특히 백 작가의 ‘사과나무’는 그가 말하는 생태학이 하나의 세계관, 또 경건한 세계에 대한 관념으로 ‘TV는 곧 환경’이라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작품은 33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들이 나무의 형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먼저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고 산소를 생성함으로써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또한 빛을 스스로 발산하고 전파를 수신하는 텔레비전도 광합성을 하는 나무와 같이,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미디어 환경의 하나이다.

묘하게 닮은 점을 보이는 나무와 텔레비전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인식체계를 확장시켜 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어 윤지영 작가의 ‘에라’는 다양한 설치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전달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바라보면 결코 편안하게 관람할 수는없다.

윤 작가는 실제로 사람들이 편함과 즐거움, 예쁨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물질을 선택해 제작하였는데, 그중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스노우 글로브와 천연가스에서 화학적 분리를 통해 얻게 되는, 헬륨으로 채워진 투명한 구이다.

구는 조금의 비틀어짐도 없는 가장 완벽한 모형이다.

 

 

 

 

이러한 구 안에서 흩날리는 눈은 실제로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사물로 바라보았다.

작가의 상징적 의미를 알고 관찰하면 인간에 의해 무수히 사용된 물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조은지 작가의 ‘봄을 위한 목욕’이 있다.

작품은 10분가량의 영상으로 인간이 소를 목욕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며, 특히 소리와 소의 피부에 맞닿는 즉물적인 감각을 담아냈다.

소는 가장 성공한 가축 동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살아있는 동물중 하나이다.

영상은 이처럼 소가 인간에 의해 종속된 채, 완벽하게 수동적인 상태로 외부의 어떤 폭력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발효컬트’는 발효 작용을 ‘사회적 발효’라는 은유로 확장해, 협업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발효는 오래된 미래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무수한 시행착오와 예측 불가능성, 유기적 변화 등을 하나의 대안적 생존방식으로 인식하면서 지구를 장악해온 포식자 인간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인간 외의 존재에게서 지식과 감각을 습득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만들어졌다.

 

 

 

 

특히 오묘한 색감을 지닌 물질과 함께 놓여 있는 영상을 같이 관람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 작가는 ‘당신이 이런 식으로 지켜내려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남겨둬야 하는지’, ‘결국 당신이 돌아올 곳은 우리가 품어온 과거이며 우리가 보존해온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여기 있는 동안만은 인간이기를 멈추고 오롯이 당신만을 위해 만든 세계로부터 물러나세요’ 등 직설적인 말을 건네며 환경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관람객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전시는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으로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인류세’의 시대를 통과해 나갈 수 있을지,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응답해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 전하고 있다./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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