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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

/김지헌

신선한 아침을 선사하고 싶었다

온갖 빛 공해 소음 공해 속

지구를 흔들어 깨워

좋은 것 먹이고 예쁜 옷 입혀

산뜻한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싶었다

햇살이 탁자의 얼룩을 드러내고

탁자 위 자명종은 마냥 지겨운 표정

하루에 한 번 울려대는 것 말고는

평생 시간을 탕진하는 중이다

 

 

 

 

탁자 위에 자명종이 있다.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각에 자명종을 울리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 듯 마냥 지겨운 표정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아침을 선사하고 싶었고, 온갖 빛 공해 소음 공해 속에 방치된 지구를 흔들어 깨우고 싶었다. 단조로운 오전을 생기 있게 만들고, 산뜻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런 역할과 의무에 충실하고 싶었다. 바로 저기, 손닿을 듯한 거리에 자명종이 있다. 그것은 매일 같은 시각에 울리지만, ‘울림’과 동시에 침묵에 빠진다. 일상에 함몰되어, 자신의 붕괴를 스스로 지켜봐야 하는 고통, 그러나 그 ‘고통’ 또한 무기력한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은 무수한 ‘나’의 삶이고, ‘내’가 처한 실존이라는 점이다./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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