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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기혁



노숙을 하던 파도가

발자국을 씻어준다

씻은 것들을 곱게 펴서

때 묻은 맨발에 신겨준다



들것이 도착한 다음에도 하얗게

하반신을 뽐내는 투신

출생지의 맞춤과는 달랐지만

앞코의 물광은 여전했다



햇살이 구경꾼을 비집고 한 번씩

새 신을 샀다고 한 번씩

밟아보잔다

- 기혁 시집 ‘소피아 로렌의 시간’

 

 

 

 

우리는 많은 것을 묻히며 산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달라붙는 것들이 많다. 발밑을 비롯해 전신에 온갖 말들과 거짓과 갈등과 모함 등이 나를 감아온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슬픔은 서로의 관계에 있어 우리가 얼마나 삭막하고 각박한 세계를 경험하고 사는지를 알게 해 준다. 우리는 바다를 찾는다. 훌훌 그 비좁은 세계에서 맛보는 온갖 감정을 날려버리고자 탁 트인 공간을 찾는다. 저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바다,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깊이와 색을 지닌, 우리의 시야를 밝게 넓혀주는 데 있어 바다만 한 것이 없다. 시인은 그러한 동해안을 찾아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포말을 쏟아놓는 그 하얀 눈부심이 발자국을 씻어 준다고 한다. 들것이 도착한 다음에도 하얗게 하반신을 뽐내는 투신과 앞코의 물광과 햇살의 새신이라 하는, 바다를 다녀온 시인은 이러한 의인화를 통한 맛깔스러운 시 한 편으로 우리의 막혔던 눈과 마음을 새롭게 틔워 준다. 파도가 다시 씻은 것을 곱게 펴서 때 묻었던 신발에 신겨주는 것처럼.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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