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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산지山地

산지山地

/백석

갈부던 같은 藥水약수터의 산거리

여인숙이 다래나무지팽이와 같이 많다

시냇물이 버러지 소리를 하며 흐르고

대낮이라도 산옆에서는

승냥이가 개울물 흐르듯 운다

소와 말은 도로 산으로 돌아갔다.

염소만이 아직 된비가 오면 산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 인가 근처로 뛰여온다

벼랑탁의 어두운 그늘에 아츰이면

부헝이가 무거웁게 날러가 버린다

낮이 되면 더 무거웁게 날러가 버린다

산너머 십오리서 나무뒝치 차고 싸리신 신고

산비에 촉촉이 젖어서 약물을 받으로 오는 산아이도 있다.

아비가 앓는가부다

다래 먹고 앓는가부다

아랫마을에서는 애기무당이 작두를 타며 굿을 하는 때가 많다

 

 

 

 

이 시는 ‘조광’지 창간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백석시인이 삼방시를 개작한 작품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저마다 우환이 있는데, 이 시에서는 우환을 버리기 위한 속신의 어떤 행위를 통해 염원을 한다. 단정하고 응축미가 돋보인 이 시는 인간의 체취가 물씬 묻어나는 진술이다. 산지는 온통 산으로 둘러 농사를 짓는 들과 논이 거의 없는 산촌을 말한다. 이 시를 통해 백석 시인이 구체적인 생활현실과 삶을 바쁘게 쫓아가는 자신의 시적인 경향을 읽을 수 있으며, 사람들의 무거운 삶을 보여준다. 깊은 산중인데도 사람들에게 화자 된 약수터라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길이어서 여인숙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에서 아이가 ‘싸리신’을 신고 먼 곳에서 아버지가 병을 앓고 있는 약물을 받기위해서 길을 찾는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시인의 현재 시공간의 세계를 향수로 읽힌다. 전연은 산지의 자연풍경을, 후연은 산지 인근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 자연의 풍경들을 담았다. ‘갈부던’는 평북지방의 토속적인 물건이다. 이를 비유적으로 꺼내 깊숙한 산골의 정취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궁핍한 현실과 인간과 분리된 슬픔과 죽음들의 적조한 상황을 메시지로 주고 있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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