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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일본여행 보이콧 100일, 관광에 일(日)도 없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 지 100일이 지났다. 수출규제의 원인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안전보장 우호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소재, 부품, 장비 등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반향도 뜨거웠다. 우리나라도 곧바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였다. 이런 마찰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의 연장 없는 종료, 파기로 이어졌다. 경제, 군사정보 분야의 갈등은 또 다른 국민적 반응을 초래하였다. ‘NO, 재팬’, ‘NO 아베’, ‘재팬, 사지도 말고 가지도 말자’,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이번만큼은 일본여행은 가지 않겠다’라는 등 다양한 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났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아웃바운드의 해외여행지 1위를 지켜왔다. 2018년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754만명(이에 반해 방한 일본인 약 29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관광 특성상, 우리나라와의 근거리, 엔저현상에 따른 상대환율 평가절상, 오모티나시(최고의 환대를 뜻하는 일본어)를 기본으로 한 디테일한 여행 콘텐츠, 항공 노선 및 편수 확대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여행의 호황은 한일간의 경제, 군사분야 갈등의 외부영향 여파로 급감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일본을 찾는 우리 국민은 87만여 명으로 전년도보다 약 27% 넘게 급감했다. 패키지를 주로 판매하는 우리나라 대표 여행사의 실적은 7월부터 3개월 동안 줄곧 내리막이었다. 하나투어의 올 7~9월 일본여행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36.2%, 76.9%, 75.4%씩 감소했다. 모두투어는 7월과 8월 각각 30.8%, 83.3% 감소하다가 9월엔 90.8%까지 다다랐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의 일본여행 커뮤니티인 ‘네일동’도 보이콧에 가세했다. 지난 7월 17일 운영자는 일본여행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통해 카페의 휴면을 공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일본행 개별여행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일 한국인 중 개별관광객 비중이 73%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인기 도시 순위에서 일본이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유여행 플랫폼인 클룩(Klook)은 2019년 3분기 인기 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은 도시는 태국 방콕이며, 이어 베트남 다낭, 대만 타이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발리 순이었다. 지난해 1위 홍콩, 2위 일본 오사카였던 것에 비하면 동남아시아 도시의 순위가 크게 상승하였다. 작년 754만 명의 방일 관광객 중 이탈자는 대체 여행지로 동남아시아 도시로 선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모든 현상은 빛과 그림자가 있다. 일본여행 보이콧은 우리 국민의 단합된 모습과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산업체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빅2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는 일본여행 보이콧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경기악화의 소비심리와 맞물려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적자전환 또는 적자 폭의 확대를 예상하며,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사도 고전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 8곳이 일본 노선의 공급 축소를 결정했으며, 노선 수는 80여 개에 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일본 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 노선 여객은 28.4% 감소했으며, 지난 8월(20.3%)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P) 모두 일본 대체노선 발굴에 힘쓰고 있으나, 그 효과는 불분명하다.

관광은 외부영향에 민감하다. 중국과 한한령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제일 빠르게 시작되며, 제일 늦게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갈등의 장기화는 상호국가의 피해를 증가시킬 것이다. 한쪽 편중보다는 균형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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