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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고부갈등

 

 

 

지구가 멸망해도 사라지지 않을 게 두 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바퀴벌레고 또 하나는 고부갈등이라 한다.

대학원까지 나온 처녀가 결혼을 했다.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만 계셨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자니 사사건건 맞지가 않았다. 며느리는 대학원을 나왔고, 늙은 시어머니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다. 며느리 눈에는 시어미가 이를 데 없이 무식하고, 시어머니 눈에는 며느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못 마땅했다. 그래서 걸핏하면 싸웠다. 보다 못한 남편이 어머니 편을 들고 나왔다. 이에 분노한 며느리는 아예 보따리를 싸서 친정집으로 와 버렸다. 홀아비인 친정아버지는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친 학자였다. 시집 간 딸이 돌아오자 당연히 학자가 물었다.

“왜 시집살이가 고되느냐?”

딸은 서러운 사정을 꼬치꼬치 들먹이며 말했다.

“도저히 시어머니 모시고는 못 살겠어요.”

“그럼?”

그러자 시집간 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는 화학자니까 사람 죽이는 독약 같은 걸 잘 알 것 아니에요.”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단숨에 죽지 않고 끼니마다 밥에 섞어 서서히 죽게 하는 그런 독약 좀 주세요, 아버지.”

마땅히 아버지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딸이 사생결단으로 나섰다.

“나 아버지 그 약 안 주시면 그냥 죽어 버릴래요.”

딸의 간곡한 간청에 화학자는 며칠을 두고 생각 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딸을 불렀다.

“니가 시어머니 하고는 못 살겠다니 서서히 사람을 죽이는 약품을 주마.”

그러자 딸의 안색이 달라졌다.

“주세요. 그럼 시댁으로 돌아갈게요.”

화학자는 병에 든 가루약을 내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약은 아주 독한 것이라 티스푼 반 정도만 매 끼니 밥 속에다 섞어라.”

“예. 아버지 시키는 대로 할게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니 남편이나 시부모가 눈치를 채면 우리 부녀는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러니 가던 길로 니 시어머니와 남편을 다르게 대해라. 항상 웃고 칭찬하고 나긋나긋하게 대해야 한다.”

딸은 그 길로 시댁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시어머니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끼니마다 독약은 먹일망정 눈앞에선 아주 나긋나긋하고 얌전하게 시부모를 대했다. 그러자 시어미의 태도가 달라졌다. 전에는 거칠고 사납게 굴던 노친이 언제부터인가 며느리를 감싸 안았다. 며느리를 이해하고 며느리 입장이 돼 주었다. 그렇게 독약을 먹이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갔다. 며느리의 생각이 달라졌다. 저런 좋은 시어미를 독약을 먹여 죽이다니. 안 될 일이다. 그녀는 급히 친정집 아버지를 찾아가 말했다.

“아버지 제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금 제 시어머님은 없어서는 안 될 분이예요. 아버지? 그간 시어머니 밥에 섞은 그 독약을 제독할 약을 좀 주세요.”

그러자 친정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너한테 준 그 독약은 밀가루에 설탕을 섞은 것이니라.”

그렇습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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