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누군가에게 베푸는 저녁… 당신일 수도

최지안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발랄함 지나 더 깊어진 사유 전개

 

 

 

지난 2015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하고 첫 수필집 ‘행복해지고 싶은 날 팬케이크를 굽는다’로 2017년 제6회 매원수필문학상을 수상한 최지안 수필가의 수필집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가 출간됐다.

첫 수필집 ‘행복해지고 싶은 날 팬케이크를 굽는다’가 발랄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수필집은 조금 더 깊어진 최 작가의 사유가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이에 제1장 ‘스무 살의 내가 물었다’에서는 세상을 보는 작가의 특이한 시선이 느껴지는 글들이 실렸다.

대형 할인매장의 카트를 통해 사회와 경제 구조를 풍자하기도 하고, 선글라스를 소재로 역사의식을 전하기도 한다.

특히 수필이 결코 신변잡기도, 심심풀이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2장 ‘그 여름을 데려오다’에는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여린 것에 대한 관심을 쏟는 글이 주를 이룬다. 우리들 곁에 흔히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것들에 대해 애틋한 눈길을 품은 글이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값싼 동정이나 슬픔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 작가는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놓고 그 자리에서 빠진 후 나머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제3장 ‘이별 편지를 대필하다’에는 작가의 특별한 내면을 보여주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이별 편지를 대필하기도 한다.

또 부엌에서 브라우니를 만들고 차 한 잔을 마시며 근황을 얘기하는가 하면, 병원 대기실에서 자신이 살아온 생애를 더듬기도 한다.

누구나 겪고 있는 소소한 고민을 끌어내어 독자들과 공감하고자 할 것이다.

제4장 ‘기다려 일로일로’에는 여행에 관한 글을 실었다.

누구나 비슷한 경로, 비슷한 여행기는 사절한다는 작가는 여행지에서 부딪치고 얻어낸 경험을 생중계하듯이 글로 풀어낸다.

어디 가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펜 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어느새 작가가 칠한 색깔로 물들 것이다.

최지안 작가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저녁이 돼야만 했고 식구들을 위해 돌아올 집과 저녁이 차려진 식탁, 고향이 된 것”이라며 “그렇게 저녁이 됨으로써 지난 서러운 시간을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이 되는 삶이란 안식의 의미를 알고 저녁을 베푸는 것”이라며 “이렇게 저녁을 지키고 앉아 저녁이 되는 사람은 제3자가 아닌, ‘당신’이 될 수도 있고 ‘너’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누군가의 저녁이 되어주는 일은 거룩한 일”이라고 의미를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