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칼럼]경기도 노래 공모전, 정말 공정한가?
[김훈동칼럼]경기도 노래 공모전, 정말 공정한가?
  • 경기신문
  • 승인 2019.12.10 18:27
  • 댓글 0
  •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시인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공연장을 짓는 10년간은 그 나라, 그 도시의 향후 100년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총체적 문화학습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자칫 게으르거나 방심하여 주어진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그 도시, 그 나라에 평생 잊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다. 새로운 경기도 노래 제정도 마찬가지다. 막중한 책임과 소임이 부여된 일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친일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친일 인사가 작곡한 경기도 도가(道歌)를 대치할 ‘새로운 경기도 노래 공모전’을 진행했다. 작사와 작곡 2개 부문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자연스럽고 친근한 노래, 경기도 역사와 비전, 생활을 담은 노래 등이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작사 10점, 작곡 10점으로 음원을 만들어 12월초 진행될 ‘30명 도민참여 오디션’에서 공개한 후, 최종 3곡을 선정해 3차 온라인 투표로 새로운 경기도 노래를 선정?발표할 계획이었다. 도민이 만드는 노래인 만큼 도민이 직접 투표하고 선정해 진정한 경기도 대표노래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였다. 지난 11월초 새로운 경기도 노래 공정한 공모전 1차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작사, 작곡 동시(同時) 응모작을 포함해 총 381점이 응모됐다. 작사 223편, 작곡 158편이다. 결코 적은 편수는 아니다. 작곡가 윤일상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7인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진행하였고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선정작 없음’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기문화재단은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경기도민의 자부심이 될 새로운 경기도 노래를 만들기 위해 재공모를 진행한다.” 고만 발표했다.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이에 항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만장일치와 선정작 없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공정한 공모전’이 과연 ‘공정한지’를 의심케 하는 심사결과이기 때문이다. 응모자 대부분이 ‘경기도의 자부심’을 내 세우고 나름대로 역작(力作)을 출품했다고 여겨진다. 381편은 적은 응모작이 아니다. 예술은 스포츠처럼 순위를 다투는 경쟁의 대상물이 아니다. 이것과 저것의 다름을 발견하는 세계다.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이 작품은 이런 면이 좋지만 저러 면이 흠이 있다는 식”으로 작품을 평하는 게 관례다. 예술인은 주로 ‘나 홀로 창작’에 몰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 종사자들보다 개성이 강하다. 개인적이고 암묵지 형태로 전달되는 경향이 짙게 마련이다. 예술인들의 특성이다. 381편을 두고 7인의 심사위원들이 입을 사전에 맞추기 전에는 절대 의견 일치가 될 수 없는 게 상식이자 순리다. 왜냐하면 예술인이기에 그렇다. 헌법재판관들도 소수의견을 반드시 밝힌다. 문학작품 공모전 심사에도 심사위원들이 작품별로 의견을 당선작뿐만 아니라 막판까지 올라온 작품 심사 소감을 밝혀 후일을 도모케 배려한다.

1차 심사결과 발표는 새로운 경기도 노래를 고심하며 창작하느라고 몰두한 응모한 도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성싶다. 심사위원 명단도 밝히고 이들의 심사의견도 가감(加減) 없이 밝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공지해야 마땅하다. 그게 공정(公正)이다.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는지. 아니면 작품성에 더 치중 했는지를 밝혀야 옳다. 응모한 이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선정작을 뽑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분법적인 잣대로 볼 수 없는 게 예술이다.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래야 차후 재공모할 때 “아, 나는 이게 부족했구나, 이 부분을 보완해야겠구나.”하는 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85일간 공모기간 내내 응모작에는 치열한 고민과 열정의 흔적들이 층층이 쌓여 있을 듯하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이 1차 심사에서 그래도 공모 취지에 근접한 작품 몇 개를 열거하며 입체적인 심사결과가 없어 아쉽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재공모전에 들어가기 전에 1차 심사결과를 좀 더 자세하게 발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더 많은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경기도 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제정될 도가(道歌)는 지역성 못지않게 보편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기도가 안고 있는 재료의 독특함도 중요하지만 그 독특함이 매력적이어야 여러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1차 선정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걸은 경기도답게 ‘공정한 공모전’이 ‘공정하게’ 새로운 경기도 노래가 선정되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