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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미륵신앙의 요람, 법주사 4

 

 

 

삼국유사에는 진표율사가 속리산에 길상초가 난 곳을 표시하고 그 곳에 사찰을 세울 것을 제자들에게 명하였고, 영심 스님 일행이 사찰을 세우고 길상사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길상사가 나중에 속리사로 그리고 다시 법주사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표율사는 미륵불을 조성했던 스님으로 진표율사의 법을 받은 영심 스님도 법주사에 미륵불을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주사는 화엄신앙과 더불어 미륵신앙을 중요한 핵심으로 삼고 있다.

법주사 경내로 들어서면 눈에 띄게 큰 황금색으로 번쩍번쩍 거리는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바로 청동 미륵대불이다. 미륵불을 쳐다보려면 끝없이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데 이는 건물 10층의 높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선 고종 9년에 경복궁 중건에 필요한 당백전을 만들기 위해 불상이 몰수되었고 법주사는 내내 미륵불이 없이 지내다가 1939년에서야 미륵불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해방 후 1960년대에 시멘트로 완성되었던 불상은 2015년에야 지금의 부처님 다운 미륵불로 완성되었다. 이 미륵불을 조성하는데 160여톤의 청동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가히 국내 최대 규모라 할 만하다.

미륵불은 미래에 오시는 부처님으로 석가모니불이 열반에 든 뒤 56억 7천만년 뒤에나 오시는 부처님이다. 미륵불은 보통 용화전에 모시게 되는데, 법주사는 미륵불이 모셔진 기단 아래에 법당인 용화전을 두어 지하석실 형태로 만들어졌다.

법주사의 대웅보전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대웅보전은 보물 제915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운데 주불로 비로자나불을, 왼쪽에는 아미타불, 오른쪽에는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다. 보통 대웅보전의 주불이 석가모니불인 것과 비교해볼 때 독특하다.

대웅보전 바로 앞에는 사천왕석등이 자리하고 있다. 옆에서 보면 대웅보전과 팔상전이 좌우로 마주하고 그 사이에 쌍사자석등과 사천왕석등이 자리한 형태의 모습이다. 사천왕석등은 보물 제15호로 신라의 전형적인 팔각석등의 모습이다. 화사석 네 부분에 창을 내고, 사이면에는 사천왕상을 배치하였다.

대웅보전 옆 진영각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진영각은 사찰의 창건주나 역대 주지 등 후대에 존경받는 승려들을 모신 건물이다. 진영각이라는 이름대신 조사당, 국사전 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주사 진영각에는 창건설의 주인공인 신라 진흥왕시기의 승려 의신조사를 비롯해 스물일곱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진영각을 지나 희견보살상을 만나보자. 보물 제1417호인 희견 보살상은 언뜻 보면 항아리를 머리에 인 여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항아리가 아니라 향로를 머리 위로 받쳐 들고 있다. 희견보살은 1200년 동안 향과 기름을 먹고 마시며 몸에 바르다가, 이후 1200년 동안은 자신의 몸을 태워서 부처님을 공양하는 보살이다. 그래서 뜨거운 향로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잘록한 허리에 가사를 입고, 맨발로 대좌를 밟고 있는 희견 보살은 힘겨운 표정이며, 전체적인 느낌은 투박하다.

보살상을 지나 보물 제216호인 마애여래좌상을 만나보자. 금강문 좌측에 자리한 바위 면에 부처님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은 맨발에 발목이 드러나 있다. 눈은 감고 있는 듯 하고 얼굴과 눈썹은 둥글둥글하다. 얼굴 크기에 비해 귀가 크게 묘사되어 있어 중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줄 듯한 인상이다. 마애여래좌상 주변에 지장보살도 희미하게 새겨져 있어서, 바위에 새겨진 내용은 법주사의 창건설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주사의 핵심 축을 이루는 미륵불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세로 늘어나는 때로, 미륵불은 실감이 안 나는 부처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사는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부처님이다. 연말연시 법주사에서 미륵불과 함께 2020년의 희망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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