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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숨어들다

 

 

 

숨어들다

                            /이위발

전등이 밤을 몰아낸 줄 알았더니

밤은 사람의 가슴으로 숨어들어가

지우기 어려운 어둠이 되었다는 생각

세상의 어둠은 빛 앞에서 소멸이 아니라

보다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다는 생각



한 권의 책으로 내 옆에 누워있는 그림자



- 이위발 시집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 천년의시작·2016

 

 

밤이면 도시는 어둠을 물리치듯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네온의 불빛이 어둠을 몰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제 가슴속으로 숨어들어 빠져 나오지 않는 홀로 숨 쉬는 어둠이 된다. 사람들의 밤은, 아니 사람들의 어둠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은밀히 살아내는 것이라는 시인의 상상! 완전한 밝음은 오히려 존재를 사라지게 할 지 모른다는 두렵고도 당연한 발견은 결국 어둠은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옆에 두고 난감한 시간에 자신을 들여다보듯 보게 되는 내게 숨어든 한 권의 책이 아닌가. 오늘도 내 어둠의 책을 펼치고 부끄러운 밝음을 씻어내야겠구나.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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