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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 향기]다산(茶山)이 바로잡은 우리말-아언각비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다산 정약용이 1819년에 펴낸 우리말 연구서이다. 이 책은 우리말 중에서 잘못된 연원을 따져서 백성들의 언어생활을 바르게하기 위하여 이치에 맞지 않고 와전된 말들을 찾아 그 잘못된 뜻과 확실한 용례를 들어 설명한 국어책이다.

아언각비(雅言覺非)는 3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산이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양주의 집으로 돌아온 이듬해에 펴냈으니 지금부터 200년 전이다.

아언(雅言)이란 말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데, “공자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子所雅言)은 시와 서(詩書)이며 몸가짐과 행동은 예를 지키는 것(執禮)이었으니 이 모두가 평소에 하시는 말씀(皆雅言也)이다”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유학자 공영달은 이 ‘아언(雅言)’이란 말은‘바른말(正音也)’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말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뜻이니 오늘날‘표준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뜻에 비추어 ‘아언각비(雅言覺非)’는 일반 백성이 쓰는 언어가 이치에 맞고 뜻이 올바르게 소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 잘못된 것을 깨우쳐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음을 제호(題號)에서 보여주고 있다.

제1권에 소개된 내용 중에‘장안(長安)’과‘낙양(洛陽)’이라는 말에 대하여 잘못 알고서 쓰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그 연원에 대하여 밝힌 내용을 보면, “장안·낙양(長安·洛陽)은 중국에 있는 두 서울의 이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취하여 서울의 일반적인 이름으로 삼아 시문이나 편지를 쓸 때에도 이를 의심하지 않고 써 왔다. 그러나 옛 고구려가 처음에 도읍한 서울이 평양(平陽, 곧 平壤)인데, 거기에는 두 성이 있어서 동북쪽 것을 동황성(東黃城)이라 했고, 서남쪽 것을 장안성(長安城)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이때부터 서울을 장안(長安)이라 칭하기 시작했다고 짐작된다. 낙양(洛陽)이라고 하는 것은 더욱더 근거로 할 만한 것이 없다. 다 습관이 돼서 고찰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호칭 중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을 그 당시 지적했다는 것이 흥미로워 몇 가지를 소개한다. “수(嫂)란 형의 아내(兄妻)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풍속으로는 아우의 아내 제처(弟妻)도 또한 제수(弟嫂)라고 부른다. 또 아래 누이(妹)는 여동생이다. 우리나라 풍속에는 윗누이의 남편 자부(慈夫)를 매부(妹夫)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산은 아언각비를 펴내면서 그 서문에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말이 본뜻을 잃어버리고, 그릇되고 이치에 어긋나는데도 이어받고 그대로 따라 쓰면서 그 잘못된 것을 고찰하지 않는다. 우선 하나의 그릇된 말을 밝혀 깨닫게 하면, 마침내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바른말로 그릇된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아언각비(雅言覺非)’ 3권을 짓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말이 잘못되면 ‘실제적인 용도’에 어긋나고, ‘진실과 사실’을 왜곡하게 되며 나아가 실용(實用)이 어긋나고 실사(實事)가 왜곡되면 세상은 바로 서지 못하고 어지러워진다. 따라서 다산은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는 올바른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선거법 개정으로 여야가 연일 극한 대립상태에 있다. 국민을 향해 서로 자기 진영으로 손짓하고 있으나 정작 국민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리그에 몰입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연동캡, 준연동, 4+1, 3+1, 석패율제, 비례위성정당….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용어들로 가득 채운 선거법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하여 바른말(正音)을 쓰지 못하고 삿된 말(邪言)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정치(政治)가 해야 할 정명(正名)이 아니다.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는 올바른 말을 써야 한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먼저 배워야 할 일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아언각비(雅言覺非)’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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