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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 속 지혜]동서지간(同壻之間)

 

 

 

 

 

동서지간이란 동서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동서란 시아주버니나 시동생의 아내, 처형이나 처제의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여성은 남편의 남자 동기(同氣) 배우자들, 남성은 아내의 여자 동기 배우자들을 부르는 친족관계의 호칭이다. 동서는 다른 성(姓)의 남남이면서도 배우자들의 형제자매 관계로 맺어진 사이이다. 무슨 일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은근히 남에게 먼저 권하는 경우 ‘동서보고 춤추란다.’는 속담이 있다. 더러는 동서 간에 시새움이나 불화가 따르기도 한다.

동서지간인 사람들은 한 가족 안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동성(同姓)의 낮선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가족들에 대한 같은 이질감과 함께 서로에 대해 끈끈한 동질감을 가질 이유와 조건이 충분하다. 한 가족에 들어온 같은 외부인 으로서 그 가족의 일원으로 녹아져야 하는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고 생각을 함께하는 동지(同志)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동서지간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의 처지에 대해 깊이 공감해 줄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일원인 혈족간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과 처지가 저절로 이해될 것 같음에도 동서간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가정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묘한 비교의식과 경쟁의식, 그로 인한 형제와 자매들 간의 갈등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시누이나 올케, 처남들과의 관계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존재가 동서인 것이다. 가족이 분명한데 남 같기도 하고, 남은 아니지만 끈끈한 정도 없고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남보다 더 못하기도 하여 그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동서간의 관계는 동서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 보다는 주변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느리들과 사위들이 경쟁자, 심지어 적이 될지 마음이 맞는 동지가 될지는 부모님, 상대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형제들에게 달려있다. 살벌한 세상에서 아등바등 살면서 맛보는 차별과 비교에 위화감과 자괴감으로 지쳐있는 며느리들과 사위들이 가정에서 라도 위로 받을 수 있으려면 배우자 부모들이나 형제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하며 전투적으로 살고 있는 며느리들과 사위들이 가족들 안에서는 전투복을 벗고 편안할 수 있으려면 부모님과 형제들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시부모의 지혜로운 언행이 며느리들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들 간의 형제 우애도 돈독하게 하며, 장인, 장모의 사려 깊은 배려로 사위들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형성되면 딸들도 더 사이좋은 자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작고하셨거나, 오늘날 백세시대에 부모님이 연로하시다면 형제, 자매, 남매들, 특히 맏이의 역할이 크다 하겠다. 주변사람의 말 한마디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면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자식, 내 형제 자매, 그리고 내 배우자 쪽 만을 편든 다면 동서간의 관계는 더 꼬일 뿐만 아니라 가끔은 불행한 종말의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세상을 살면서 ‘내편(?)’이 있다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명약이 될 수도 있으며 친척들 간의 불화를 진화 시키는 소방수(消防手)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프랑스 신학자 자크 보쉬에의 말‘운명은 친척을 선택한다.’처럼 ‘만남은 인연이자 운명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나는 지금까지 동서간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으며, 내 혈족이 아니라는 단세포적인 생각을 하거나, 또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관심과 남남으로 일관해 이방인으로 살아오지는 안했는지, 그리고 동서간의 관계에서 내 도리는 다해 왔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지난날을 반추(反芻)하면서 지금,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마 원만한 동서간의 관계로 자신이나 친척 및 내 가족들 모두의 평안(平安)을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또 하나의 삶의 지혜가 아닐까? 끝으로 조선 성종 때 문신 이심원의 삶에 교훈을 주는 명언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사람은 첫째 사람됨의 근본 바탕을 배워야하며, 둘째 공명한 것을 숭상해야하고, 셋째 온갖 욕심을 막아야하고, 넷째 그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하고, 다섯째 온갖 학문을 넓게 배워야하고, 여섯째 친척들과 화목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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