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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오늘 제소리]전쟁사를 통해 배우는 위기극복 지혜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비롯하여 세계의 명저 중에는 전쟁사가 여럿 들어있다. 전쟁사의 명저에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살아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쟁사는 어떤 책일까?

조선 무인들의 필독서가 바로 <동국병감(東國兵鑑)>이다. <중종실록>에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형세와 병가(兵家)의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것이 없어 무사들이 마땅히 배워야 하는 책”이라 했다. 이런 <동국병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호출되었다. 삼포왜란(1510년)이 일어난 직후, 임진왜란 전후에도 이 책이 널리 읽혀졌다. 경술국치(1910) 이후 우리나라 고전을 보존하고 보급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도 이 책을 가장 먼저 출판했다.



세종은 왜 전쟁사에 관심을 가졌을까?

<동국병감>은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국가 차원에서 편찬한 역사책이다. 동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이고, 병감은 ‘전쟁의 거울’이란 뜻이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중에서 경계하고 본받을 만한 사례를 수집하도록 지시했다. 세종은 신하들이 올린 사례 가운데서 손수 내용을 확정짓고 책 제목을 ‘역대병요(歷代兵要)’라고 지었다. 1444년에 세종이 친히 기획한 <역대병요>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동아시아 전쟁통사이다. 세종은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사례만을 골라내 <동국병감>을 다시 엮도록 지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편찬된 <동국병감>에는 37가지의 전쟁 사례가 실려 있다. 한 무제의 침략을 다룬 고조선의 전쟁사 1가지, 고구려의 선비 토벌을 비롯한 삼국시대 전쟁사 16가지, 고려시대 전쟁사 20가지이다. 이 책은 세종대에 완성을 보지 못하고 아들 문종이 펴냈다.

1449년, 명나라의 변경을 에센이 침공하자 명 황제 정통제가 군사 50만을 이끌고 출전했다가 포로가 되는 ‘토목의 변’이 일어났다. 1450년 문종이 즉위하자마자 <동국병감>을 편찬하도록 지시한 것은 이처럼 북방의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부왕 세종의 유업을 계승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당시 실록기사이다.

의정부에서 아뢰기를, “지금 중국 대륙에 전쟁의 징조가 있으니 우리도 국경 방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국으로부터 고려까지 외적이 침범한 사실과 이에 대한 우리나라 방어책의 경위와 득실을 상세히 고증해 뽑아내어 읽게 해야 합니다.”고 하였다. 이에 임금이 “뜻이 매우 좋으니 빨리 편찬해 널리 공포하라.”고 하였다. 후에 완성해 《동국병감》이라 하였다.

이처럼 <동국병감>은 전쟁사의 가치를 주목한 세종과 이를 뒷받침한 집현전 학사들, 그리고 부왕의 유업을 계승하여 부국강병을 추구한 문종의 합작품이다.



동국병감에서 찾는 필승의 지혜

<동국병감>에는 승리의 메시지와 필승의 정신이 담겨 있다. 첫째, 우리나라 군대의 전술이나 전투 기술에 대한 평가를 실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 둘째, 무리한 전투를 강행하지 않는 사례를 보여주어 전략 전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셋째, 전쟁에서 백성을 돌아보지 않는 군주를 비판하면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넷째, 위정자의 잘못된 판단이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여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기회의 터전이다. 건강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몸을 단련하라. 평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무사한 날에 위태로운 날을 대비하라. 그리고 전쟁사에서 필승의 지혜를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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