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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일상에서 깨닫는 고마움

 

 

 

설 명절이 지나고도 겨울 같지 않더니 갑자기 입춘 추위가 몰아닥쳤다. 지금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어수선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게 예방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지금은 모든 사람이 건강에 대해 민감해진 때이기도 하다.

엊그제 필자는 무엇에 체했는지 저녁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답답해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 이튿날에 그냥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서 먹고 괜찮으려니 했다. 그러나 그날 밤엔 몸살인지 두통과 함께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다음 날엔 아예 앓아눕고 말아 병원에 갈 기운도 없었다. 또 다음 날은 단체 모임에 중요한 회의와 강의가 있어 일어나야 했다. 억지로 일어나 회의에 나갔다. 보자마자 몇몇 지인은 얼굴이 왜 그렇게 상했냐고 걱정을 해 주었다.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으나 다행히 흰죽을 조금씩 먹으며 몸이 괜찮아졌다. 후에도 병원에 갔나 걱정해주는, 언니 같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평소에 건강하니 별로 내 몸에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다. 더구나 병원에 가는 일은 웬만해선 잘 가지 않는다. 여태까지는 건강에 너무 자만심으로 살아온 것 같다. 요즘은 아침에 눈 뜨면 밝아오는 아침을 맞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살아 숨 쉴 수 있음이 고마운 것이다. 별로 아프지 않다가 심하게 앓고 나니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소소한 일상에서 고마운 일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평범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태양, 공기, 물, 모든 자연에서 고마움을 갖게 된다.

어제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소로 걸어가는 데 타려는 버스가 획 지나갔다. 나는 부지런히 뛰어갔다. 버스는 금방 떠나는가 했더니 정차하였다. 고맙게도 버스 기사님이 달려오는 나를 보고 기다려준 것이다. 나는 숨을 헐떡인 채 버스에 오르며, “아휴!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꾸벅했다. 기사님은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버스에 무사히 타고 보니 참으로 기사님이 고맙기만 했다. 어찌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고마운 일이 참 많다. 내 주변에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문우들이 있다. 그중에 한 시인은 인물 사진을 잘 찍는다. 배경과 구도 특히 얼굴은 각도를 자연스럽게 잡아 잘 찍는다. 어쨌든 사진 찍으면 얼굴이 실물보다 예쁘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사진찍기를 즐기지 않게 된다. 나이 든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늘 사진을 잘 찍어주는 그 시인이 참 고맙다.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 명상하며 글을 쓸 수 있음이 감사하다. 그 시간은 온 누리가 다 잠든 고요한 순간이다. 가장 사유가 자유롭고 깊어지는 시간이다. 나는 글 쓰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늘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항상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톰소여의 모험』 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 자신이 글 쓰는데 소질이 없음을 발견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써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때 이미 나는 유명 작가가 되어 있었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는 아무리 퇴고를 많이 해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수십 년 동안

글을 썼는데도 여전히 그렇다.”라고 고백했다.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여명이 밝아오는 이 새벽에 고뇌하며 글 쓰는 일이 참 감사하다. 내면 깊이 잠재된 열정이나 감성, 사랑과 그리움의 시적 자양분도 고맙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 류시화,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에서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 속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소소한 일이지만 잊지 않고 감사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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