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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옥산서원과 회재 이언적 선생 1

 

 

 

 

 

남계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여행할 서원은 경주의 옥산서원이다. 옥산서원은 경주 안강읍 옥산리에 있으며 선조5년(1572)에 창건된 서원이다. 사액서원이 된 것은 선조7년(1574)이다.

‘옥산’이라는 이름은 서원 앞에 있는 ‘자옥산’이라는 산 이름에서 연유한다. 풍수전문가들은 옥산서원이 ‘봉황이 머무는 둥지형’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둥지에 머무는 봉황을 보호하기 위해서일까? 옥산서원의 건물들은 답답하리만큼 폐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계곡을 따라 난 숲길을 가다보면 옥산서원을 만나게 된다. 옥산서원의 정문은 역락문이다. 불규칙한 돌들을 기단으로 쌓고 그 위에 역락문을 앉혔다. 그래서 역락문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이 필요하다. 계단은 역락문 우측칸과 가운데 칸 위치에 2개만 만들어져 있다. 역락문은 3칸의 문으로 된 삼문형식이다. 그런데 오른쪽 칸의 문만 열려 있고 가운데 칸과 왼쪽 칸은 굳게 닫혀있다. 보통 서원의 출입문이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나오는 것에 비하면 이 곳은 왼쪽 칸은 아예 이용할 수 없게 막혀 있다. 시작부터가 조금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역락’이라는 이름은 논어에서 따온 말로 공부를 함에 있어 출세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학문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뜻이다. 글씨는 한석봉의 글씨이다.

정문인 역락문을 지나면 무변루가 벽처럼 막아서고 있다. 건물에 시선이 쏠려 인식 못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역락문에서 무변루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도랑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정면 5칸짜리 몸체에 좌우로 누마루가 설치된 모습으로, 정면 7칸 건물이다. 5칸 중 3칸은 문을 달았고 좌우 2칸은 벽을 설치해 온돌방을 만들었다. 무변루는 위 아래층을 막론하고 모두 빈틈없이 문을 막아 놓았고, 오른쪽 1개의 문만 열어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변루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강당 마당이 시야를 차단한다. 마당으로 올라서서 무변루를 되돌아보니 7칸이었던 건물은 어느새 5칸으로 바뀐다. 가운데 3칸은 대청마루이다. 대청마루로 오르는 통나무 계단이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대청마루 안쪽에는 ‘무변루’ 편액이 걸려 있다. 이 편액 글씨 또한 한석봉의 글씨이다.

무변루를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니 강당인 구인당이 자리하고 있다. 강당의 마당 가운데는 돌로 만들어진 길이 중앙에 나 있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구인당이 자리하고 있다.

구인당 정면에 ‘옥산서원’ 편액이 걸려 있고, 구인당 편액은 구인당 대청마루 안쪽에 걸려 있다. 옥산서원의 편액은 대청마루에도 하나 가 더 걸려 있다. 처마 밑에 걸려 있는 옥산서원의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필체로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기 전인 54세 때 쓴 것이다. 편액에는 1839년 소실되어 조정에서 다시 써서 하사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대청마루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선조임금의 명으로 이산해가 쓴 글씨이다. 추사 김정희의 옥산서원 글씨보다는 이산해의 옥산서원이 더 힘 있게 느껴진다. 대청마루 안쪽에 걸려 있는 구인당 편액은 무변루와 역락문의 편액을 썼던 한석봉의 글씨이다.

서원의 건물 이름은 보통 성리학의 개념이나 성현들의 어록 들을 인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옥산서원 ‘구인당’의 이름은 이와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옥산서원 사당에 모셔진 회재 이언적은 평생 공자의 ‘인(仁)’을 연구했다. 그 결과를 ‘구인록’이라는 책을 남겼는데, 구인당의 이름은 스승 이언적의 ‘구인록’과 연관된 것으로 스승의 인성과 학문을 기리려는 제자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고 있는 것처럼 옥산서원은 세상과 단절된 무척이나 폐쇄된 느낌이다. 그러나 그 안에도 제자들의 스승에 대한 사랑이 있음이 느껴진다. 시국이 어수선하지만 우리도 사회와 세상을 향한 애정만큼은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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