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봄을 노래하다
[생활에세이]봄을 노래하다
  • 경기신문
  • 승인 2020.02.16 17:36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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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숙 시인
한인숙 시인

 

산책을 나섰다. 쌉싸롬하게 매운바람 속에 봄이 들어있다. 환해지기 시작한 나무는 가지마다 새움을 만들고 냉이가 땅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 물풀과 녹조로 힘겹던 저수지도 말끔하게 단장된 채 물 주름을 폈다 접으며 봄을 마중한다. 아직은 추워 공원을 찾는 발길이 뜸하지만 새싹이 돋고 봄꽃들이 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더러는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더러는 수변 산책로를 걸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다가곤 한다.

자작나무를 올려다보니 나뭇가지에 검은 비닐이 펄럭이고 있다. 비밀 조각이 넓어 나뭇가지를 거의 덮다시피 한 채 바람에 찢겨 펄럭인다.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나무 또한 힘들 것 같아 안쓰럽다. 아마도 인근 농경지에서 날아왔을까 짐작해본다.

공원 가까이에 과수원이 있다. 배꽃이 환하게 피고 배에 화접을 하고나면 구슬만한 열매가 맺고 봉지를 씌우고 그 봉지 속에 알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내 과수원은 아니지만 경이롭고 뿌듯하다. 헐렁했던 봉지가 가을이 되면 터질 듯 빵빵하게 배가 자라고 수확을 한다. 이런 과정을 공원을 산책하면서 보는 일은 즐겁다.

이렇듯 우리는 자연 속에서 공존하고 자연을 즐기며 살게 된다. 하지만 들녘에 나서보면 쓰고 난 후 방치한 폐비닐이나 농약병을 보게 된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지자체에서 수거도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것이 제법 있다. 이렇게 버려지는 것들로 인해 물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폐사하고 주변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 어릴 때는 겨울만 되면 삽 하나에 주전자 들고 논으로 나가 웅덩이를 파면 미꾸라지가 꿈틀대며 올라오곤 했다. 두어 시간 삽질하면 주전자가 그득하도록 미꾸라지가 잡혔다. 김장김치 듬성듬성 썰어놓고 한소끔 끓여주시는 어머니의 미꾸라지 탕을 찬밥에 말아 마루 끝에 앉아 시린 겨울바람과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지금은 논을 파도 미꾸라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먹거리가 흔해서 예전만큼 맛있지는 않겠지만 비료와 농약사용으로 인해 토양이 산성화되고 생물체들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살기는 좋아졌다지만 상대적으로 지구는 많이 아파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급등하고 잦은 기후변화 등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세먼지라는 말을 모르고 성장한 우리는 그래도 축복 받은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숨 쉬는 일조차 위협을 받아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하니 얼마나 가여운가.

세상의 변화와 기성세대의 책임 또한 크다. 지구를 살려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운동을 펼치고 그 방안으로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배달문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또한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다못해 커피 한 잔도 집에서 배달받아 마시는 세상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만큼이나 생활폐기물의 처리방법 또한 문제일 것 같다.

요즘 가장 큰 걱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또한 환경오염이 불러온 불행한 사태이다. 철저한 개인위생이 중요하겠지만 주변 환경을 청결히 하고 환경오염원을 줄이면서 생태계를 살려 앞으로 닥쳐올 우리생활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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