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가시덤불

 

 

 

 

 

 

 

어느 마을에 큰돈을 번 부자(富者)가 살고 있었다. 그는 외동아들 하나를 두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는 나이가 듦에 따라 버릇이 고약해졌다. 오직 자기만 알고 한번 고집을 부리면 성질을 꺾을 줄을 몰랐다. 그 위에 가난한 집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고 없는 집 자식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아이의 나이 열일곱 살이 되었다. 부자는 그렇게 자라는 아들이 심히 염려가 되었다. 그는 어느 날 가까운 산에서 도를 닦고 있는 현자(賢者)를 찾아갔다. 그는 아들 얘기를 하면서 현자에게 당부를 했다.

“부디 제 아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십시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자가 부자에게 말했다.

“내일 모레 내가 댁을 찾아가리다. 그때 그 아이를 보여주시오.”

부자(富者)는 그날 아이가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일부러 잡아두었다. 저녁나절 약속했던 현자가 내려왔다. 현자는 아이를 불러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뒤뜰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현자는 아이에게 지금 막 싹이 튼 한 식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손으로 저 나무를 뽑아 보아라.”

아이는 엄지와 검지 하나로 냉큼 어린나무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현자는 조금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나무를 뽑아 보렴.”

아이는 조금 자란 나무의 줄기를 잡고 냉큼 뽑아 올렸다. 그러자 현인이 옆에 있는 좀 더 큰 소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저 소나무를 뽑아 보아라.”

아이는 양손으로 나무를 움켜잡고 용을 썼다. 이윽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올라왔다. 그러자 현인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저 가시덤불을 뿌리째 뽑아 보아라.”

아이는 단단한 땅에 자리 잡은 가시덤불을 뽑아 올리려 죽을힘을 다 썼다. 그러나 끝내 가시덤불을 뽑을 수가 없었다. 기운이 다해 씩씩거리는 아이를 보며 현자가 말했다.

“습관은 저 가시덤불과 같으니라. 내가 돌아가면 잘 생각해 보아라.”

그날 이후 아이는 행동이 달라졌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한번 습관이 몸에 배면 그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 좋은 예가 작심삼일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담배와 술을 끊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때는 야멸차다. 그러나 담배 피우는 게 습관이 되었으니, 이를 참는 건 참으로 어렵다. 거기다가 금단현상까지 일어난다. 버틴다는 게 겨우 삼일이다. 어디 술 담배만 그러한가.

노숙자도 마찬가지다. 한번 노숙자 신세가 되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노숙자는 하루 동안 지나가는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한다. 동냥에는 큰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 죽는 상을 하고서 더러운 손이나 깡통만 내밀면 된다. 모인 돈으로 눈앞의 마트에 찾아가 새우깡 하나에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온다. 답답하고 암 한 가슴에 술을 들이붓는다.

처음 얼마간은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다. 그러나 일하지 않고 누워서 동냥 받은 돈으로 살아가니 그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일하고 노력해서 돈 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노숙자는 무위도식에 취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끝내 노숙자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쉬운 길로 사람이 가는 습관이다. 습관이 당신을 지배하면 그야말로 뽑히지 않는 가시덤불처럼 당신의 몸과 마음에 자리 잡을 것이다.

방법은 딱 하나. 당신의 의지 하나에 달렸다. 나쁜 습관이라면 당신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사람은 뜻만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그게 어디 술 담배에 한하랴. 인생살이도 다 그렇다. 습관이 모여 당신의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에 고쳐야 한다.

당신이 습관을 지배하는 가시덤불이 되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