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코로나 삼국지
[경기시론]코로나 삼국지
  • 경기신문
  • 승인 2020.03.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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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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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2008년에 숭례문 방화사건으로 5시간 만에 석축을 제외한 대부분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지점을 못 찾고 초기진압에 실패했다. 한옥은 목재를 끼워 맞춰 짓는 방식이라 초동에 해체했다면 원상복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은 업무 분장만 따지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파괴돼도 좋으니 진화하라”고 했다지만, 실측도면이 소방당국에 전해진 것은 화재발생 2시간 후였다. 모든 재난은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위해서는 현장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위기관리능력을 시험하더니, 일본을 곤궁에 빠뜨리고, 이제 우리나라를 국제뉴스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란과 이탈리아에서도 확산을 거듭하고 있어 사태의 끝이 안 보인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전파력이나 치사율을 알 수 없어 사람들의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각국의 대처방식을 보면 그 정부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한중일 세 나라 모두 정치논리로 초동대처에 실패

한중일 삼국은 모두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중국은 국가적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사태의 축소에 급급했다. 초기에 감염병 확산을 경고한 의사들은 공안에 불려가 고초를 당했다. 12월부터 사람 간 전이가 보고되었으나 국가보건위원회는 1월 20일에야 이를 인정했다. 우한시장은 초기에 우한봉쇄 필요성을 느꼈지만 중앙정부의 압력 때문에 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2월 13일 이후 확진기준을 세 차례나 바꿨다. 새 기준을 적용하자 하루 확진자가 1만 5천명으로 급증했다가 다시 기준을 바꾸자 1천 명대로 줄었다. 사태가 안정기에 들어서자 중국이 최초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발뺌을 시작했다. 우한시를 물리적으로 완전 봉쇄하고 4만 명 이상의 의료진을 후베이성에 지원한 것을 보면 냉전시대에 쓰이던 ‘죽의 장막’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본도 7월 하계 올림픽에 영향을 줄까봐 사태축소에 나섰다.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을 직접 통제하면서도 통계에서 제외하는 꼼수를 쓰고,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 자체를 기피했다. 우리나라가 12일 동안 5만 건 이상의 검사를 진행했고, 최근 매일 1만 명 이상을 검사하는데, 일본은 그동안 불과 2천여 건만을 검사했다. 일본의 대응도 결국 정치적이다. 중국은 아직 통제사회라서 그렇다 쳐도 일본은 왜 그런지 의문이다.



정치와 행정은 뒤로 물러나고 방역 전문가에게 맡겨야

우리는 일본에 지는 꼴을 못 봐서 그런지 확진자 수가 일본을 넘어 중국에 이어 확고한 2위다.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과하다 싶을 만큼의 선제적 예방조치’를 강조했고, 지난 달 13일에는 ‘머잖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에 그쳤고 대응은 느슨했고 여러 조치는 한발 뒤졌다. 1월 20일 첫 확진 이래 지역간 감염이 의심되는 2월 18일 31번까지 한 달 넘게 후베이성을 다녀온 사람 외에는 검사 자체를 못 받았다. 의사들과 야권의 중국인 입국제한 주장은 무시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까지도 우리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면 우리도 금지당한다고 했다. 이미 60개국 이상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마당에 할 말은 아니다. 신천지 교단도 명단공개를 거부하다 뒤늦게 당국에 넘겼는데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우체국 등을 통해 공급한다고 해놓고 정작 현장에 구비시키지 못해 원성을 샀다. 급하니까 방호복 없이 치료에 나서라고 하자 의사들은 전쟁에 나가면서 총 대신 돌멩이를 준다고 반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보건전문가가 아니니까 확산사태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 때문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머뭇거림과 뒷북행정은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후베이성 출신의 입국제한에 항의했던 중국은 이제 지방정부를 시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1월말 선제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제한한 미국은 분명히 밝혔다. 경제적?외교적 손실보다는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우선한다고. 언젠가 이 사태가 종식되겠지만 그 때 돌아보면 묵묵히 고생한 현장 인력들과 전문가들의 판단이 정치적 고려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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