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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환란이 덮쳐도 세월을 이기는 혹독함은 없다고 했던가? 어김없이 4월은 다시 찾아왔다. 화사한 꽃들의 잔치가 더욱 실감나는 계절로 성큼 다가 선 것이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중략)”라고 읊은 엘리엇의 시 ‘황무지’처럼 엄동의 겨울을 지내온 인내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어 다가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맘때면 어딜 둘러보아도 꽃들이 눈에 띤다. 시인 박목월은 이러한 정경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중략)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김순애는 여기에 곡을 붙여 국민 가곡 ‘4월의 노래’를 지었다.

그런가 하면 이해인 수녀는 ‘4월의 시’로 꽃들이 찾아온 계절을 예찬했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중략)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하지만 올해는 서정과 낭만, 싱그러움이 모두 사라진 4월을 맞았다. 일상의 모든 것을 앗아간 코로나 19의 여파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은, 공간을 가로질러 봄볕이 따사롭고 연둣빛 새순을 내미는 신록이 상큼하지만 이를 느낄 겨를조차 없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요즘이다. 4·15총선 출마자들도 그중 하나다. 환란 속에서 빡빡한 선거 일정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그들. 저마다 지역의 적임자요 상머슴임을 자처하고 다니지만 메아리만 공허해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이름과 슬로건을 새긴 명함은 꽃잎 만큼이나 무수히 흩날린다. 더불어 상대방 견제와 흠집 내기도 봄바람을 타고 곳곳을 넘나든다. 결과에 따라 낙화 신세를 면치 못할 일부 후보들. 그들에게 4월은 더 ‘잔인한 달’로 기억 될 것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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