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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나무 단상(斷想)

‘사람과 나무’.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다. 사용하는 나무의 양만 봐도 그렇다. 사람은 평생 55㎥의 나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선 500그루의 나무가 필요 하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사용하는 1회용 기저귀부터 죽어 관에 들어가 묻힐 때까지 평생 나무에 의존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나무와 맺어지는 인연도 수없이 많다. 해서 예부터 나무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 했다. 또 나무를 보고 수많은 글자도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것이 나무 목(木)자다. 뿌리와 줄기의 형태를 본뜬 글자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펼친 모양, 거기에 가로줄(一)을 그으면 근본 본(本)이 된다. 나무의 근본이 뿌리라는 의미다. 가로줄을 가지에 짧게 그으면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뜻의 아닐 미(未), 길게 그으면 가지 꼭대기라는 뜻의 끝 말(末)이 된다.

또 다른 한자로 나무 수(樹)가 있다. 목(木)이 죽은 나무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데 비해 수(樹)는 살아 있는 나무를 가르킨다. 나무의 액체를 수액(樹液), 나이를 수령(樹齡)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나무 목(木)이 둘 모이면 수풀 림(林), 셋이 모이면 수풀 삼(森)이다. 많은 나무가 늘어선 모습이어서 숲을 삼림이라고 한다. 우주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여기서 유래했다.

휴식을 뜻하는 한자어 휴(休)도 있다. 인(人)과 나무 목(木)이 결합된 글자다. 휴식은 나무 아래 앉거나 누워 쉬는 것이라는 의미다. 뿐만 아니다.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청량한 산소를 내놓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마움을 모른다. 사람 한 명이 한 달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00㎏에 달한다. 이것을 흡수하려면 적어도 30년생 잣나무 60그루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무를 심기보다 자르기를 더 잘한다.

어제는 한식이자 식목일 이었다. “나 이 세상에 태어나/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죽어서 새가 되어도/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시인 정호승이 쓴 ‘참회’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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