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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공자의 도가 깃든 대구 ‘도동서원’ 3

 

 

 

대구 달성 도동서원으로의 여행을 이어가보자.

보물 담장과 환주문을 지나면 도동서원의 강당 중정당이다. 중정당으로 들어서면 중정당 마당 한가운데 박석이 깔린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길 끝자락에서 거북이를 만난다. 거북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길을 향해 앞만 바라본다. 이 길은 유생들이 함부로 지나다니는 못했을 길이다. 어쩌면 거북이는 이를 지키느라 두 눈을 부릅뜨고 엄숙하게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정당의 기단은 아주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보통 건물의 기단은 사각형의 장대석들을 쌓아 올린 모습으로 네모반듯한 모습을 띤다. 하지만 중정당의 기단은 모양과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다. 흡사 테트리스 게임을 한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기단의 돌들이 모두 각양각색일까? 이유는 유생들에게 있다. 도동서원에 기거할 유생들이 각자 고향에서 돌을 가져와서 서원을 건축하는데 뜻을 보탠 것이다. 즉 중정당은 유생들의 마음을 디딤돌 삼아 세워진 강학공간인 셈이다.

중정당의 기단에는 눈에 띄는 장식들이 있다. 첫째는 다람쥐모양의 세호이다. 세호는 조선의 왕릉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양이다. 왕릉의 세호와는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중정당의 세호는 좀 더 귀엽다. 왕릉의 세호와 동일 한 점이 있다면 한쪽은 올라가고 반대편은 내려가는 모습이다. 중정당 세호는 동쪽은 올라가는 모습이고 서쪽은 내려가는 모습이다. 그래서 세호를 동입서출을 지시하는 표지로 보기도 한다. 또한 세호는 풍수적 비보 장치로 보기도 한다.

중정당의 기단에서 만날 수 있는 두 번째 장식은 용두, 즉 용머리 문양이다. 용두는 낙동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풍수적 비보 장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호와 같은 상징성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용두는 공자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사물잠(四勿箴)’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물잠은 논어에 나오는 ‘해서는 안 되는 것 네 가지’를 말하며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 것이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이 네 개의 용두 중 1개를 제외하고 3개는 도둑을 맞아 나중에 새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진본 1개와 새로 만들어진 3개의 용두색상이 서로 다르다.

유생들의 마음을 마주한 채 중정당을 바라보자. ‘도동서원(道東書院)’ 편액이 중정당 외부에 큼직하게 걸려 있다. 처마에 걸린 이 편액은 퇴계의 글씨를 모각한 것이며, 편액 아래로 걸린 현판에는 퇴계의 글씨를 모각한 이유를 적었다. 시선을 대청마루 안으로 더 옮기면 안쪽 벽면에서 ‘도동서원’ 편액을 한 번 더 만난다. 도동서원 편액 아래로 비로소 중정당(中正堂) 편액을 만날 수 있다. 강당으로 들어오는 환주문의 편액 글씨와는 사뭇 다르게 중정당의 편액 글씨체는 힘이 있다. 꾀를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열정적으로 학문에 임할 것을 이 곳 유생들에게 주문하는 듯 하다.

중정당은 가운데 세 칸이 대청이며 좌우에 한 칸 씩 온돌방을 두었다. 중정당의 기둥 상부에는 하얀 종이가 기둥마다 둘러져 있다. 왕릉에 가면 정자각 기둥에 이렇게 띠가 둘러져 있다. 하지만 왕릉은 기둥의 상부가 아닌 하부에 둘러져 있다. 기둥 상부에 이렇게 띠가 둘러져 있는 곳은 도동서원에서만 볼 수 있는 장식이다.

성균관 대성전에 모셔진 한훤당 김굉필,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일두 정여창, 퇴계 이황 선생 등 5분을 동방5현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 으뜸은 한훤당 김굉필선생이다. 따라서 기둥에 하얀 띠가 둘러져 있는 이유는 김굉필 선생을 모시는 서원으로서, 서원 중 으뜸이라는 상징이 담겨있는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서원이 바로 달성 도동서원이다. 들판에 풀꽃이 피어나고 나무의 초록빛 새싹이 돋아나는 요즘 도동서원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봄은 왔으나 봄을 느끼지 못하는 요즘, 봄 같은 서원, 도동서원을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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