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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기부 천사들

유대인 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에게 ‘기부’를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익명성을 중시했다. 도움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기부에도 격조가 있다는 뜻이 숨어있다.

우리도 이에 못지않은 선조들이 많다. 조선후기 성리학자 윤증(尹拯) 가문도 그 중 하나다. 그의 거처인 충남 금산에선 추석 무렵 매해 추수한 벼의 일부를 바로 곳간으로 옮기지 않고 일부러 대문 밖에 쌓아 놓았다고 한다. 양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벼를 가져가도 눈감아 주기 위한 조치였다.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과 체면까지 배려한 마음이 돋보이는 사례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전남 구례 운조루에는 기부를 위한 유명한 쌀뒤주도 있다.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가 세웠다고 하는데, 쌀 두가마 반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다. 그 뒤주의 잠금 장치엔 이런 글씨가 써있다.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주인과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쌀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단서와 조건 없는 기부가 진정한 기부며 상대에겐 큰 힘이 된다.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 있다. 유대교 연구 권위자 모세스 마이모니데스가 쓴 이 책에는 기부의 등급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제일 낮은 단계는 ‘마지못해 주고 후회하는 것’ 다음은 ‘주기는 하지만 요청한 것보다 적게 주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최고 전 단계는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서로 모르게 하는 것’이 라며 ‘받는 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부란 듣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의 ‘엔도르핀’을 돌게 하고 당사자에겐 희망을 불어 넣는다. 때문에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부 예찬론을 폈다. 그 중 셰익스피어는 “기부는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이중으로 축복받는 것으로 미덕중에서 최고의 미덕”이라 했다. 본보와 경기도가 벌이는 ‘재난기본소득 기부운동’ 동참자가 늘면서 참여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조건 없는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많은 천사들. 이들이 있어 환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나 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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