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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칼럼]계획된 우연

 

 

 

 

 

진로상담을 할 때 알고 있는 직업을 적어보라고 하면 20개 이상 적는 이가 드물다. 그렇다면 직업은 몇 개나 될까?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된 직업 수만 1만 3천개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일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또 겨우 버티고 있는 직업들도 위태위태하다. 이 위기가 지나간다 해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2023년에는 하늘을 나는 일명 ‘플라잉 카’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한다고 하고 드론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 삶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미래를 대처할 수 없다.

만 15세~29세 청년들을 추적 조사한 청년패널 자료에 의하면 첫 직장에 들어간 청년 10명중 3명은 입사 1년 내에 퇴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필자의 업무 중 하나는 직원채용이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지원자들을 면접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바로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직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기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숙고 없는 직업 선택은 잦은 이직, 퇴사, 경력단절을 야기한다. 그 결과 당사자들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공부했나 하는 좌절감과 자기에 대한 무가치함 그리고 했던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이 같은 진로나 직업 선택은 10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40-50대들은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가슴으로 고민한다. 지난해 기준 100세 이상 인구는 2만 명을 넘어섰고 인구의 절반이 시니어인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옥스퍼드 미래보고서는 앞으로 20년 내에 현존하는 직업 중 47%는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라고 예고했다. 100세시대의 진로선택은 한 번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서 일어나는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의 중요한 선택의 연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음악을 전공한 필자는 정작 전공과는 무관한 방송작가, 대학교수, 심리상담가 등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질문한다. 어떻게 작가가 됐나요? 교수가 됐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떤 준비를 했나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니 그건 ‘우연’이었다. 교수나 작가는 나의 꿈 목록에도 없었고 따라서 원대한 계획도 없었다. 그저 살아오며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사건과 만남을 통해 이 길을 오게 됐고 노력했을 뿐이다.

심리학자 존 크롬볼츠는 개인의 진로발달과정에는 우연히 만난 사람, 사건, 지식 등 우연적인 요인이 진로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직장인대상 연구를 통해 계획된 진로 성공확률은 20%에 불과하고 80%가 예기치 않은 우연한 사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사실‘계획된 우연’이라는 단어는 있을 수 없는 형용 모순의 비논리지만 크롬볼츠는 성공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을 기회로 움켜진 사람이었으며 우연적 사건이 어떤 이에게는 기회로 바뀔 수 있기에 단순히 우연이라고 부르기보다 계획된 우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 성공적인 진로결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호기심, 인내심, 유연성, 낙관성, 위험감수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호기심, 좌절에도 노력을 계속하는 인내심, 상황에 따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 새로운 기회를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낙관성,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행동을 시도하는 위험감수와 같은 우연한 사건에 대한 태도가 우리 삶에서 어느 날 조우하는 우연사건을 긍정으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때, 이러한 적극적 태도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크롬볼츠는 “인생은 항상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곳에서 행운을 발견하는 게 각자의 몫”이라고 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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