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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스톡 사피엔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나? 한자 표현만 봐도 그렇다. 하나는 위험(危)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機)여서다. 하지만 막상 닥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포비아’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의 확산으로 한달반전 국내 주식 시장은 폭락장세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도세를 받아내는 현상이 일어났다. 시중에선 이를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렀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속칭 개미)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비유한 것이다. 당시 개미들의 배팅 규모와 배짱은 놀라웠다. 주식 활동 계좌수만 3월에만 80만개 이상이 급증했을 정도다. 전년 동기 대비 2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낙폭 과대주를 대상으로 한 매수금은 10조원을 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개인 매수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금액도 26조원으로 늘었다.

지난 4일 하루만 보더라도 놀라움 그 자체다. 이날 개미들의 순매수는 1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9년 한국거래소가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앞으로 이 기록은 깨질 개연성도 있다. 증권회사에 개인이 맡겨논 대기자금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이 40조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이는 전부 올 3~5월에 집중된 것으로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자고 나면 한국 증시 역사를 갈아치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스톡(주식)과 사피엔스(인간)를 합친 ‘스톡 사피엔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증권시장이 휴장하는 주말과 공휴일이 짜증스럽고, 하루라도 주식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빗댄 말이다. 물론 진화하는 ‘개미군단’을 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중에는 9조원에 달하는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 투자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대박’을 좇는 꿈 속에는 핑크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집착은 금물이며. 과욕은 늘 화를 부른다는 진리, 위기 속엔 기회도 있지만 더 깊은 수렁도 있음을 간과 해선 안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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