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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그리운 분수

그리운 분수

                               /정민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빙빙 도는 해

분수는 꼭지를 잠그고 휴가를 가 버렸다

물안개를 뿜어내며 탄성을 지르던 분수는 현관이 조용하다

과부화된 심장을 식히러 멀리서 왔는데

여기까지 오느라 다리도 아프고 가슴도 뻐근한데

일 년 동안의 물줄기를 다 쏟아내고 사라진

분수대 앞에서 파업하는 대로를 바라본다

상처를 잘 낫게 하는 법은 트램을 타고 파리 외곽을 돌고 있다.

프래카드는 어지럽게 펄럭이고

사이렌은 ‘청결’이라는 이름의 분수를 지나가며 운다

내가 떠나온 마을의 복잡하게 얽힌 지도는

사방으로 뚫린 도로와 폐활량이 넉넉한 분수를 잇지 못하고

꼭 있어야 할 크리스마스 마켓을 감추고 있다.

불협화음의 시계를 꺼내 손바닥에 얹어본다

볼록한 심장을 지그시 누르면 채칵채칵 거침 숨을 쉰다

눈꺼풀이 무거운 분수대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면

속시원한 해법의 물줄기 청결의 분수가 돌아올까

 

 

■ 정민나 1960년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꿈꾸는 애벌레』, 『E 입국장, 12번 출구』, 『협상의 즐거움』, 『파동이 신체를 주파한다』 등을 펴냈으며 시론집 『점자용 이야기가 있는 시창작 교실』, 『정지용 시의 리듬양상』이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 학부 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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