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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로제타

로제타

                                    /송진

치어를 살려주는 로제타

숭어를 먹지 못하는 로제타

우물 같은 배꼽을 지나가는 헤어드라이기

차가운 물속에 잠긴 한 알의 계란

무거운 가스통은 로제타 휴대 물통을 닮았어

로제타 물통은 배꼽을 닮았지

엄마의 젖꼭지를 닮았지

무언가 호스 같은 줄이

탯줄 같은 줄이 연결이 되어있어

물고기처럼 연분홍 아가미로 숨을 쉬어

LPG 가스처럼 연초록으로 타올라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낡은 소음의 오토바이를 타고

박자 틀린 드럼 소리에 맞춰 어색한 첫 춤을 추고

나는 혼자가 아냐

나는 친구가 생겼어

나는 평범한 삶을 살 거야

나는 버터에 잘 구워진 토스트에 설탕을 바르고

친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실 거야

그렇게 살 거야

그렇게 살 거야

나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

잘 자

잘 자

너, 로제타

나, 로제타**




* 영화 ‘로제타(Rosetta)’를 시(詩)로 재구성함. 장 피에르 다르젠, 뤽 다르젠 감독

** 로제타의 독백

 

 

■ 송진 1962년 부산 출생. 1999년 <다층> 제 1회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이 있다. 계간 <사이펀> 책임편집인이자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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