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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동원 정당연설회 사라져

'발품팔아 표심과 가까이' 거리유세 정착

16대 대선 유세 현장에선 종래 대선때와는 다른 유세장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 과시를 위해 막대한 돈과 조직력을 들여 수만명을 동원하는 정당연설회는 완전히 사라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현재까지 정당연설회 개최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바뀌고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내부고발도 활성화되면서 무리하게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열 경우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정당연설회 폐지안을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선거법 개정의견은 입법이 무산됐으나 당초 정당연설회 폐지에 반대했던 한나라당도 실제론 정당연설회를 하지 않음으로써 법조항의 폐지에 앞서 현실적으로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수백명에서 수천명 정도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거리유세로 완전히 대체됐다. 후보가 청중을 모으는 대신 시내 상가 밀집지역, 역광장 등 청중이 많이 있는 지역을 찾아가고,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유세 참관 현상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같이 전반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세장에선 관광버스를 이용한 청중동원 등 구태가 남아 있어 선거일이 임박할 수록 혼탁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 이회창 후보의 유세는 전략지 거점을 돌며 게릴라식으로 진행된다. 하루에 2-3개 광역시.도를 넘나들기도 하고 상대후보와 기싸움을 하고 있는 지역은 10여개의 거점도시를 지정, 숨가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때문에 한 장소에 5-10분밖에 머물지 못해 청중수도 통상 1천명 안팎이다.
선거운동원수와 어깨띠 착용 등에 대한 제한이 강화돼 인위적인 모습은 줄어든 대신,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나 자전거에 올라탄 채 연설을 경청하는 노인 등 우연히 참석한 행인들의 모습이 흔해졌다.
신속한 이동의 필요성때문에 후보와 중앙당직자, 취재 기자단 등이 타는 대형버스 3-4대와 경호차량, 선두차량 등 유세단 차량도 경량화됐다.
그러나 후보가 이용하는 버스에는 무선랜이 장착된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 등이 비치돼 중앙당 기획팀의 보고에 따라 수시로 유세전략을 수정하는 등 `야전사령부'를 방불하는 질적 발전을 이뤘다.
유세장의 분위기 고양을 위해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동원돼 이 후보와 행동을 같이 하고, 유세장 주변에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홍보 비디오를 상영하기도 한다.젊은층 공략을 위해 김수철의 `젊은 그대'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북과 징, 꽹과리 등 풍물을 동원하는가 하면 종이비행기 날리기, 젊은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기, 노래에 맞춰 춤추기 등 이벤트성 유세도 자주 선보이고 있다.
이성헌 유세위원회 부본부장은 "대규모 옥외집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 안드는 선거로 간다는 장점은 있는 반면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고조되는 것같지는 않다"면서 "유세보다는 TV토론으로 비중이 옮겨가는 게 실감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 노무현 후보의 유세장 주변에는 관광버스가 없다. 대신 승용차 행렬때문에 교통경찰관들이 정리에 애먹는다. 젊은 유권자들이 부부동반으로 어린 자녀와 함께 유세장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천-3천명의 청중이 모이는 유세장마다 노사모 회원들이 고정적으로 500명쯤 되고, 나머지도 대부분 확성기 소리에 이끌려 `제발로' 찾아온 사람들이라는 점에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새로운 정치문화'라며 고무돼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선거운동을 해본 초선의 임종석 의원은 "자발적으로 모이는 청중들만으로 선거운동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유세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연예인도 이미 전문연설원이 돼버린 영화인 명계남씨와 문성근씨가 전부다. 청중들이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어 흔들거나, 야간에는 형광막대를 흔드는 선거운동 방식이 분위기를 만든다. 40-50대를 겨냥해 `노란샤쓰입은 사나이' 등 추억의 히트곡을 개사한 로고송이 유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요즘 노 후보의 별명은 `앵벌이 후보'다. 노 후보가 연설하고 나면 연단아래에 동전과 1천원짜리 지폐가 든 돼지저금통이 수북이 쌓이기때문이다. 시장에선 상인 `아줌마들'이 돈 몇만원과 피로회복제, 지역특산물이 든 비닐봉투를 건넨다.
신계륜 후보 비서실장은 "지구당에는 유세차량 제작비조로 500만원씩 보낸 게 전부"라며 "유권자들한테 돈 받아가며 선거 치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고, 이호웅 조직본부장은 "중앙당만 쳐다보던 일부 지구당에선 스스로 돈을 만들어 쓰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 민노당은 동원청중없이 순수한 당원만으로 유세단을 꾸려 전국거점을 샅샅이 훑는 '물결유세' 방식의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대학생 등 80여명으로 구성된 중앙유세단이 멀티비전을 갖춘 유세차 2대를 내세워 역 광장과 시장 등에 자리를 잡아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권영길 후보가 연설한 후 곧 다음 장소를 자리를 뜨는 게릴라식 유세다.
연설중 청중들에게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이 적혀있는 손목띠를 나눠주는게 특징. 연예인 등 명사를 동원한 찬조연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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