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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 통행 남.북.미 갈등 탓

DMZ 법적관할권.행정관리권 첨예 대립

경의선.동해선 임시도로 군사분계선(MDL) 통행에 관한 남북 군 당국간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남북 교류협력 사업 대부분이 교착상태에 빠진 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안으로 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임시도로를 개통키로 했으나, 지뢰제거 공사 때부터 불거진 MDL 통행에 관한 남.북.미의 갈등으로 '길은 닦았으나 오갈 수 없는 상황'이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는 지난달 30일 북한군과의 회담 결과를 6일 뒤늦게 공개하면서 "북한이 DMZ 남북관리구역에서 정전협정의 권한과 관할권을 인정하기를 계속 거부해 대한민국 안보 문제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엔사의 이날 발표는 겉으로는 지난해 말 경의선쪽 남북관리구역에서 잇단 북측의 기관총 반입에 대한 경고였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9월 남북군사보장합의에 의해 설정된 관리구역을 북한이 정전협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으로 간주하는 데 대한 심각한 위기 의식의 표출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지난달 23일 결렬 이후 남북간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유엔사와 체결한 합의를 기초로 `남북관리구역에서의 모든 문제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처리한다'고 명시한 남북군사보장합의서를 근거로 미군의 개입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핵 사태로 인한 경색 국면에도 일부 그 원인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MDL 통행에 관한 갈등은 DMZ 법적 관할권, 행정 관리권 개념에 대한 북.미(유엔사)간 첨예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갈등은 지난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1차 남북국방장관 회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측은 공동보도문에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주변의 MDL과 DMZ를 개방해 `남북관할지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정전협정에 기초해 처리키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에 나오는 '남북관할지역'이라는 문구는 유엔사가 남측에 법적 관할권을 실질적으로 넘겼다고 해석되는 분위기였고 그 때만해도 국방부는 관할권, 관리권 개념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한국 군당국에 법적 관할권이 아니라 행정적 관리권을 넘긴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우리측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한때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유엔사는 그해 11월 북한군과 체결한 경의선 합의서에서 'DMZ 일부 구역을 남과 북의 관리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명시, 남측에 행정적 관리권을 위임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바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사는 이 조항과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군사적인 문제들은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군대들 사이에 협의 처리한다'는 2항중 '정전협정에 따라'란 구절을 근거로 유엔사의 승인권을 주장했고 지난해 9월 북한군과 동해선 DMZ 공사에 관해 합의할때도 "남측에 행정 관리권을 이양했지만 유엔사가 DMZ 전지역에 관한 법적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못박은 바 있다.
그후 이 문제가 본격적인 갈등 요인으로 부상한 때는 지난해 11월. 당시 지뢰제거 작업 상호 검증단의 MDL 통과 절차에 대해 유엔사가 승인권을 주장하자 북한이 반발, 상호 검증이 무산돼 지뢰제거는 검증없이 마무리됐다.
유엔사는 또 지난해 12월 남북이 임시도로를 연결하려 할 때도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사전 승인 원칙을 고수했고 이후에 남한과 기존 관례에 준하는 통행 간소화 절차에 동의하는 등 다소 물러서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기는 했으나 '정전협정에 근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북측 또한 남북군사보장합의를 근거로 '유엔사 개입 절대불가'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접촉에서도 우리측이 유엔사의 요구에 따라 '남북관리구역도 DMZ의 일부이고 그 안에서 정전협정이 준수돼야 한다'는 조건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자 북측은 이에 반발, 양측이 그후 문서교환 형식으로 해나가자고 접점을 찾아 나가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북측은 자체 매체를 통해 "미군의 승인권 주장은 북과 남의 철도.도로 연결을 반대하는 미국의 근본 입장이 반영돼 있다"면서 "미국은 온 민족의 공동의 적"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우리측은 북측이 진정으로 남북 교류와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합의 문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반세기전 전쟁 당사자인 유엔사와 정전협정의 실체를 인정하고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응 자세로 나오라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미국도 이미 체결 반세기가 흐른 정전협정의 조항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국이 신뢰구축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북 대화에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당한 융통성과 함께 재량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일고 있다.
통일연구원의 전성훈 박사는 지난해 말 열린 세미나에서 "남한이 군사적 주권을 완전하게 행사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북한의 자주성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과도한 개입 대신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측면 지원하는 틀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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