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詩와 함께 하는 오늘]군무는 시작되고
군무는 시작되고 /양창삼 우리는 겨울의 한 중간에서 만났다. 애써 안부를 묻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알았지. 자꾸만 익숙한 것과 이별하라고들 하지만 그게 어찌 쉬운 것이겠는가. 이번 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게 마음 들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를 감싸는 마음을 읽으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저 끝에선 봄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화사한 무늬에 겨울이 그만 기가 죽지만 찬바람 하나로 얼마든지 날릴 수 있기에 꾹 참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숨은 화를 건드리지 말게나. 차라리 겨울이 내민 마지막 티켓 한 장 받아들고 그가 펼칠 공연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 내가 자리에 앉자 그의 힘 찬 발끝이 하늘에 닿았다. 군무는 시작되고 나는 그의 춤사위를 넋 잃고 바라본다. 봄도 놀라 두 눈을 부릅뜬다. ■ 양창삼 1944년 만주 쟈무스 출생. 서울대에서 정치학 및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명예 교수로 중국 연변과기대 부총장 및 챈슬러를 역임했다. 1966년 첫 시집 「부르고 싶은 이름들」에 이어 열한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