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당대 러시아 소설가로서 대문호 톨스토이와 솔제니친 등을 잇는 현존 최고의 작가다. 1939년생으로 여든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쓴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미술대학, 고리끼 문학대학에서 공부했다. 6공 때 한-러 수교 덕분에, 1989년 9월, 세계 한민족 체전 참가자의 일원으로 우리 정부가 보낸 전용기를 타고 '조국' 땅을 밟는다. 100년 만의 귀향이었다. 그는 돌아가면서 친구 인 번역가 김근식 교수에게 자신의 뿌리를 확인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 얼마 후 실로 경천동지 할만한 편지를 받게 된다. "고개 숙여 존경하는 시인이여! 이렇게 하여 나는 당신의 후예임을 알아내고 한없이 기뻤습니다. 이제 내 운명에서 풀리지 않았던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의 결심과 행동으로 자신의 운명을 이끌어왔던 나는 결국 많은 면에서 당신의 길을 따랐던 것입니다. 이 놀 라운 소식에 형언키 어려운 기쁨을 느끼면서도 어이하여 나는 울적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것일까요?" 김시습이 아나톨리 김의 17대 직조(直祖)였던 것이다. 이 문장은 선생이 당시 한 일간지에 기고했던 에세이 "나는 한국인인가, 러시아인인가?"의 첫대목이다. 그 기사를
"국가 지도자들이 수십 년간 쓸데없는 소리만 해왔다. 이렇게... blah blah blah. blah blah blah. 오늘의 진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느 정치평론가가 대한민국 현대사와 기후이슈를 묶어서 함께 비판한 것 같다. 아니다. 10월 31일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회의를 앞두고 18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2003년생)의 가디언지 기고문의 일부다. 모두들 알다시피, 인류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수준으로 지구온난화의 상한선을 정했다. 이게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끝이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우 폭염 산불 태풍 등의 연쇄적인 이상현상들은 종말론적 재앙을 경고하는 거라고 말한다. 노벨재단이 이 위대한 소녀에게 평화상을 주면 좋겠다. 금년까지 3회째 빗나갔다.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거로 보인다. 금년 평화상 수상자는 필리핀계 미국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각각 두테르테와 푸틴에게 저항한 언론인이다. 나는 언론자유보다 기후위기가 백 배 더 긴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가. 결코 깡패로
크게 축하합니다. 2021년 10월 10일 18시. 이는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과반을 넘김으로써 결선까지 가지 않고 민주당의 후보가 된 점, 야당의 예선전을 관전하면서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전략적으로 매우 큰 이점입니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하여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채장보단(採長補短)의 특징을 공공분야 전반에 문화로 정착시킨다면, 국격이 높아져서 온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겁니다. 그 효과가 남북한 7000만과 1000만 해외교포들에게 강하게 체감되기 바랍니다.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전국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공약 이행률 95%의 신화가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20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특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후보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묵직하고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안들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가 젊어져야 합니다. 가까운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자로서, 말이 통하는 동무 또는 어떤 비밀도 맘 놓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친구를 일컫는다. 이 혈맹의 칭호를 3류정치가 가져가서 매우 위선적으로 쓰고 있다. 동지라 부르면서도 원팀정신을 산산조각 내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특정 후보를 비판한다. 당시(唐詩) 한편이 떠오른다. 이백 두보와 동시대인으로, 그 명성은 천년이 넘도록 조금도 줄지 않는 시인 왕유(699~761)가 있다. 이 삼거두(三巨頭)를 중국은 국보로 여기며 각각 시선(詩仙), 시성(詩聖), 시불(詩佛)로 존숭한다. 선생의 시편들 가운데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의 일부다.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평생을 서로 알고 지낸 친구도 자리나 이권을 다투게 되면 주머니 속 칼집을 만지작거린다네. 뿐만 아니라, 관직에 먼저 나간 권문세가의 자식들은 자네 같은 후배들이 뒤따라 진출하면 이끌어주기는 커녕 잘되나 보자며 비웃지. 세상인심이란." 작금 이 나라 대통령 선거 경선은 여야 공히 목불인견이다. 참혹하다. 우리 정치판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놀라운 것은 그 위에 두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는 점이다. 기적이다. 추미애의 포효, "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 대표 시 '대장부의 노래'와 함께 실로 큰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시편이 있다. 선생은 당시 특급 정치컨설턴트이면서 큰 시인이었다. 그 위대한 문장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달프고 우울하게 한다. 몸은 죽도록 힘들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굶어 죽을 만큼 가난뱅이로 추락시킨다. 뿐만 아니다. 하는 일마다 어그러지고, 어지럽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크고 깊고 높이 움직여, 태풍 앞에서나 불판 위에서도 의연한 성품으로 단련하여, 마침내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어려운 일들을 너끈하게 이뤄내는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함이니라." (원문의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역을 맘껏 감행했다.) 2022년 3월 9일은 13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제 6개월 남았다. 스무 명의 후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각축한다. 나에게
"나로 하여금 소중한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이곳까지 오게 한 것도, 후회 없이 기쁘게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존재를 체험케 만드는 나환자(한센인)들의 신비스런 힘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이 신부는 부산 인제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병역을 마친 뒤 광주 카톨릭 신학교를 다녔다. 2000년 로마 교황청이 세운 살레시오 신학교에 유학 중 내전 중인 남수단 오지 톤즈 마을에 선교사로 간다. 이 신부가 그곳에서 8년간 실천한 선교 의료 교육활동은 초인적이었다. 그들은 신부를 '남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부른다. 2008년 잠깐 휴가를 나와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4기였다. 투병기간에 톤즈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끝내 선종했다. 48세였다. 종군기자로 명성이 높았던 kbs의 구수환 피디가 이 신부와 톤즈의 사랑과 우정을 다큐영화로 만든 게 '울지 마 톤즈'다. 나는 지난 2010년 9월 '울톤'을 관람했던 45만 명 가운데 하나다. 요즘도 영화 보면서 종종 눈물 나지만, 그날처럼 펑펑 쏟은 적은 없다. 세 번을 봤는데, 처음 혼자서 보던 날처럼 울었다. 실은 관객 모두 마찬가지였다. 특이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어
"과거는 과오의 시간!" 요즘 기준으로 시골 면장쯤 되는 자리로 승진 전보된 하급관리가 부임 후 80일이 되었을 때다. 부하가 "상부에서 감찰 나온다 하니 의관을 정제하고 영접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한다."고 귀뜸한다. 미관말직으로 간신히 쌀독을 채우며 살던 그 관리는 그 말에 크게 모욕을 느꼈다. 잠시 후 결연히 외친다. "我豈能爲五斗米折腰於鄕里小兒" "내 어찌 쌀 다섯 말에 그 어린 촌놈에게 허리를 굽히겠나." 폭탄선언이었다. 1600년 전, 중국 동진시대의 큰 시인 도연명(365ㅡ427)이 마흔 살 때다. 그렇게 직장을 때려치고 귀향하여 그가 남긴 시가 우리 모두 감동했던 '귀거래사(歸去來辭)'다. 이 시만 보면 시인은 별문제 없이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여생을 보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를 흠숭했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도연명의 옛집을 찾아서'라는 시에 보면, 백이·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갈 때는 홀몸이었고, 도연명은 별로 똑똑하지 않은 다섯 아들을 둔 가장이었기 때문에 시인이 더 세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長詩에서 6父子가 추위와 굶주림을 함께 겪는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겹다. '걸식(乞食)'이라는 시를
2022년 3월 9일은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다. 225일 남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5000만 씨알들과 8000만 민족 전체의 삶과 내용, 낱낱의 개인들과 공동체의 안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소위 G8의 일원이 됨으로써, 지구촌 전반에도 비중 높은 인물이 된다. 과연 누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장부에 이름 올리고 뛰는 이들 대부분 마치 '전국상인연합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듯하다. 하기야, 당선만 되면 100만 명의 공무원들이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여의도'는 변함없이 잘 굴러갈 텐데 무슨 문젠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공약들을 손본다. 캠페인 기간에 마구 던졌던 '뻥카'들은 섞어찌개 식으로 합치거나 과감히 폐기하면 되는 것. 야당이 따지고 들면, 겸손 떨며 사과하면 된다. '허니문 기간' 타령하는 기특한 기레기가 반드시 나오니 걱정할 것 없다. 특급 장사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언동으로 목적을 이룬 다음, 주판 튀겨서 이문이 큰 쪽으로 말을 바꿀 줄 아는 자다. 그래서 개나 소나 닭이나 다 나와서 구세주처럼 약을 파는 거다. 나와 동지들은 요즘 대선 도전자들의 저질 행태에 역겨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y와 c가 특
이제 갓 마흔이다. 스물아홉에 고향 함경도 청진을 떠났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처럼 그도 몇 개국을 경유하여 목적지 서울에 도착했다. 태영호나 지성호처럼 황송한 신분(국회의원)이 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어렵게 산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직자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가족을 이루었다. 그리고 2년간 일본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통일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신촌에서 네 살 된 딸 하나와 다복하게 살고 있다. 객관적으로, 탈북민들 가운데 이 정도로 안착한 경우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빛나는 명함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는 정치 경제 분야에서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한 소수의 탈북자들과 질이 다른 성취를 해왔다. 이는 점점 더 탄탄해지고 규모도 더 확장되고 있다. 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에, 그에게 도움될 천사들을 모으는 중이다. 지금 남쪽에는, 목숨 걸고 가족과 삶의 터전을 떠난 뒤, 과장 없이 지옥을 건너서 마침내 서울에 들어온 북쪽 이주민들은 3만 5000명(2020년 기준)이다. 그 중 2/3는 여성이다. 그 가운데 대학생은 2천 명이 넘는다.
아동폭력, 병영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어능력이 전무한 어린 목숨들, 정당방위 불가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된다. 가해자들은 놀랍게도 부모와 상관들이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가해자들에게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 국민의 법감정인데 국회는 완행이다. 뿐만 아니다. 산재는 중대재해법을 비웃듯 점점 더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산재사망자는 총 2062명이며, 이중 882명은 사고사다. 하루 평균 5.6명이 여러 종류의 산재로, 2.4명이 사고로 죽는다. 국회는 전체 노동자의 35%가 일하는 5인 미만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고가 가장 잦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관련법 적용을 3년이나 유예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범주에서 45%의 노동자가 일한다. 김용균군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연초 이 '엉터리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한달 동안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사람을 살리자는 건데 왜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방해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이 나라 국회다. 씨알들은 이 저열하고 야비한 여야 야합의 3류정치를 지켜보면서, 특히 여당을 손볼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경부 보궐선거' 참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