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정답’이 인정된 2008학년도 수능 물리Ⅱ 재채점 성적표가 25일 오전 각 시도교육청에 전달된 가운데 서울 중부교육청에서 관계자들이 수험생 개인에게 전달될 성적표를 정리하고 있다. 성적표는 26일 각 학교를 통해 수험생 개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며 해당 수험생들은 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를 통해 수험번호를 입력하면 상향 조정된 개인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11번 문항의 오답 논란으로 초유의 재 채점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화학Ⅰ 5번 문제에 대해서도 정답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수험생들은 물리Ⅱ 재 채점을 계기로 대한화학회 등에 혼란이 오게 문제가 출제됐다는 불만의 글을 올리고 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도 문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한국화학회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헬륨으로 채운 기체측정관과 수은으로 채운 깔때기가 고무관으로 연결된 그림을 놓고 기체 헬륨의 운동속도를 묻는 화학Ⅰ 5번 <보기>의 표현이 잘못돼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헬륨과 수은 높이를 비교한 (가), (나) 2가지 그림을 제시하고 <보기>의 ㄱ∼ㄷ 3개 항 가운데 수은 깔때기를 내려 수은의 높이와 헬륨의 높이가 같게 됐을 때에 대한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르도록 했다.
<보기> 중 ㄱ은 ‘(나)에서 헬륨의 부피는 60mL이다’, ㄴ은 ‘헬륨의 평균 운동속도는 (가)>(나)이다’, ㄷ은 ‘(나)에서 콕을 열어 두어도 수은의 높이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것은 ③ ㄱ, ㄷ.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콕을 열어 두어도’란 표현을 문제삼고 있다.
헬륨기체의 원자량(4)은 공기의 평균분자량(29)보다 작아서 콕을 열면 처음에는 헬륨이 빠르게 확산되므로 수은의 높이가 높아지다가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헬륨과 같아지는데 <보기> ㄷ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이란 전제조건이 빠져 있다는 것.
즉, 헬륨이 나가고 공기가 들어오는 잠시 동안은 수은의 높이가 올라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려가는데 수은이 내려가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ㄷ은 완벽한 정답이 될 수 없으므로 정답은 ‘①ㄱ’이란 것.
처음 출제할 때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명시했어야 하지 않냐는 의견 등 일부 수험생은 “‘ㄷ’을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①, ③을 모두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 답변에서 이례적으로 국어사전을 인용하며 ③번이 정답임을 공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평가원이 정답에 오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교육자들도 물리Ⅱ는 명백히 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의 경우는 오류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들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교육대학 여상인 과학교육 화학 전공 교수는 “물리Ⅱ의 경우는 교육과정해설상 오류가 있었음이 인정되지만 이 문제의 경우는 학문적으로 오류가 없다”고 말했다.
신동준 안산동산고 화학 교사도 “말을 매끄럽게 해야 될 필요성은 있었지만 답에 영향이 가 틀릴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