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취소 무효확인 판결이 났지만 막상 학교를 간다해도 아이들이 알게 돼 왕따 등을 당할까봐 겁이 나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으로 합격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합격취소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구랍 28일 법원으로부터 합격생으로 구제받은 김모(17) 양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김 양은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알게 돼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까봐 걱정 된다”면서 “실력으로 인정받도록 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현재의 심경을 털어놨다.
김 양의 부모는 이번 사건으로 합격취소 처분을 받아 힘들어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밤잠을 설치며 가슴을 치고 울기도 여러번.
구랍 28일 법원의 합격취소 무효판결이 난 후에는 “한시름 덜었다”면서도 “도교육청이나 김포외고측에서 아이들을 위해 최종 결정을 잘 내려주길 바라며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더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며 걱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명지외고에서 합격취소 처분을 받은 학생은 지난 11월 도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아직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명지외고의 경우는 학생 전원이 버스에 탑승하지 않은 것을 입증했고, 김포외고의 소송에서 버스 탑승 유무와 상관없이 무효판결을 내린 점 등을 미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번 사건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명지외고 합격취소 처분을 받은 학생의 아버지인 심모 씨는 “너무 지쳐 이제 아이도 저도 다시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이야기로, 1월 중 법적 판결이 날 것이라고 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데에 대해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심 씨는 또 “시험문제를 실제 보니 현재 외고 입시 문제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풀 수 없게 돼 있어 외고와 학원이 유착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체계”라며 “이번 일로 이러한 체계가 개선 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합격취소 무효확인 소송에서 패한 김포외고와 도교육청은 정식 판결문이 전달되면 항소여부 등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하되,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김포외고 이종덕 교감은 “판결문을 받아야 구체적인 결정이 나겠지만, 학생들을 수용한다면 이번 사건으로 1차 판결이 난 학생 44명과 가처분 신청을 낸 2명, 아직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인 학생까지 최대 54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급수 증설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경우 김포외고는 기존 286명에서 54명의 법적 정원이 추가돼 내년도 입학정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