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신 中 동포로 확인즉시
남편 유력용의자로 지목 추적
거주 다세대주택인근 밤샘 잠복
아침 일찍 옮긴 시신 담은 가방
조카가 사는 건물 옥상에서 확보
오원춘·박춘풍 사건에 이어 시흥시 시화방조제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 또 다시 외국인범죄 공포가 확산된지 3일 만에 용의자를 신속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형사들의 신중한 판단이 한몫했다.
토막시신의 신원이 중국 국적 한모(42·여)씨인 것을 확인한 경찰은 바로 남편 김하일(47·중국 국적)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활동에 들어갔다.
8일 오전 7시 30분쯤 시흥시 정왕동의 용의자 김씨가 사는 다세대주택 인근에서 밤새 잠복을 하던 시흥경찰서 정용범 형사과장 등 형사 10명은 김씨가 큰 가방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에 잠복 중이던 형사 5명은 신속하게 김씨의 뒤를 따라붙었다.
한참 동안 주변을 살피며 수상한 행동을 하던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조카가 사는 건물로 들어간 뒤 잠시 후 빈손으로 나왔다.
이를 지켜 본 형사들은 정 과장에게 보고, 정 과장과 형사 4명은 김씨가 나온 조카의 집 건물을 수색했고, 동시에 형사 5명을 추가로 김씨 집 주변에 배치했다.
이후 집으로 되돌아온 김씨는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5㎞가량(직선거리 3㎞) 떨어진 직장으로 향했고, 형사들은 자전거와 차를 이용해 김씨를 뒤따랐다.
그러던 중 김씨가 큰 가방을 놓고 나온 건물 옥상에서 시신의 양쪽 팔과 다리가 든 가방이 발견돼 공장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이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됐다.
이처럼 유력 용의자 검거가 신속히 이뤄진 것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민제보와 형사들의 잠복수사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4일 일어난 박춘풍 사건 또한 일주일만에 해결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전날 오후 7시 반쯤 퇴근해 집에 들어간 김씨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 오후 9시 반부터 가방을 들고 나온 다음날 오전 7시 반까지 형사들은 뜬 눈으로 김씨를 감시했다”며 “시신 신원 파악 후 김씨의 존재를 알고 나서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차근히 증거를 수집하며 잠복해온 결과,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