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보내지 않을 거야… 미안해”

2015.04.12 20:59:15 1면

애틋한 마음 담긴 노란리본에 찾은 이들 눈시울 붉혀
임시분향소 찾은 추모객들 “조속히 세월호 인양을…”

세월호 참사 그후 1년 진도 팽목항을 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1주일 앞둔 지난 9일 진도 팽목항은 이른 아침부터 그날의 사고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진도 팽목항 방파제 난간에는 ‘제대로된 진상규명’, ‘온전한 세월호 인양’ 등의 메시지가 담긴 낡고 빛바랜 노란 리본들이 흘러간 시간을 말해주듯 바닷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1년 전 생존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방파제 초입에는 ‘2014. 4. 16 이 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 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꺼야 정말 미안해…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간절한 글귀가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모(69)씨는 “그동안 무관심했다는 생각에 그냥 미안하다”며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다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어른으로써 미안하고, 노란 리본에 적힌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하나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고 울먹였다.

방파제 난간 곳곳에 걸린 노란 리본과 함께 난간 아래 시멘트벽에는 세월호 그림 수천여장으로 채워진 ‘기억의 벽’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기억의 벽’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천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방파제 중간쯤 놓인 기다림의 의자 옆 노란 리본 조형물 위에는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일과 음료수, 떡, 초코파이, 요거트 등이 1년여째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모(49)씨는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며 “정부가 조속히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규명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방파제 초입부터 300여m 남짓 떨어진 방파제 끝에는 4.16 그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놓여진 조형물과 희생자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늘나라 우체통이 마련됐다.

이 하늘나라 우체통 안에는 부치지 못한 편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기다림의 등대’로 불리는 빨간 등대도 설치돼 희생자 수를 나타내는 304개의 계랸모양 트리가 부착돼 있었다. 노란계란은 어린 꿈나무들을, 흰계란은 성인을 상징한다.

오후 6시쯤 발길을 돌려 지난 1월 팽목항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로 향했다.

분향소에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실종자들의 자리엔 영정 사진이 아닌 ‘여보 그립고 보고 싶어요’, ‘너랑 나랑 바꿀 수만 있다면’ 등의 가족들의 메시지가 대신하고 있었다.

한동안 추모객의 발길이 뜸했던 팽목항에는 분향소가 들어선 이후 매일 50~100여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조모(60)씨와 김모(63·여)씨 부부는 “팽목항에 임시 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차마 그냥 돌아갈 수가 없어 어린 학생들을 위해 조문을 왔다”며 “학생들의 영정 사진 앞에 서 보니 자식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안타깝고 속상해 그냥 눈물이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 곳을 찾아 세월호 참사를 다시 한번 가슴 속 깊이 되새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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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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