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불 못끄는 소방서

2004.02.12 00:00:00

수원남부소방서 근로기준법 위반한채 계약직 조리사 일방 해고
본보 취재 뒤 허둥지둥 해고수당 지급등 '물의 진화'

'집안 불도 못 끄는 소방서'
수원남부소방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채 10년 넘게 일해 온 계약직 조리사를 일방적으로 해고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소방서는 계약직 근로자가 부당해고라며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부랴부랴 해고수당과 실업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류를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해 뒤늦게 '물의진화'에 나섰다.
12일 수원시, 고용안정센터와 노동사무소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해고 1개월전 근로자에게 통보하고 1개월치의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또 해고된 근로자가 실업수당을 탈 수 있도록 관련서류를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32조에 따라 '3천만원이하의 벌금 또는 5년이하의 징역형'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남부소방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채 계약직 조리사에게 1개월 전 해고통보를 하지 않고 해고당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에 사는 박모(54.여)씨는 지난 1993년 1월1일 소방서에 계약직 근로자로 고용돼 11년동안 수원시 팔달구 지동 소재 지만파출소에서 주방일을 보고 있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파출소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던중 소방서 관계자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일방통보했다.
박씨는 11년간 다니던 일터를 영문도 모른 채 잃게 돼 어리둥절했다.
일방적인 소방서의 해고에 어이가 없던 박씨는 해고된 다음 날인 31일 남부소방서 소방과를 찾아 자신이 해고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소방서 관계자들은 "계약직 근로자이니 계약이 끝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며 박씨에게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30일 박씨는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소재 수원노동사무소를 찾아 해고에 대한 상담을 신청했다.
노동사무소는 '부당 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억울하지만 다른 일을 찾아야 겠다고 결심한 박씨는 해고수당과 실업수당을 받으려고 수원북부 고용안정센터를 찾았다.
박씨는 고용안정센터에서 더욱 화가 치미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부소방서가 자신을 해고한 지 2개월이 지났는데도 해고수당과 실업수당을 받는데 필요한 관련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
박씨는 지난 10일 청와대에 인터넷 민원을 제기했다.
남부소방서는 박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고용안정센터에 '이직확인서'를 제출했다.
또 남부소방서는 지난 11일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오후 1시40분께 부랴부랴 박씨에게 "해고수당 90여만원을 통장에 입금시켰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박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부당해고한 이후에도 고용안정센터에 서류를 늑장 제출하는 등 소방서가 근로자의 기본권조차 무시한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관공서가 법을 어기면서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남부소방서 소방행정담당 이근형(54)계장은 "업무과실로 박씨에게 피해를 준 것을 인정한다"며 "해고수당은 예산에 반영이 안돼 소방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돈을 모아 박씨에게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는 단체는 식품위생법시행령에 따라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를 채용하도록 돼 있으나 남부소방서는 지난 8년간 조리사 자격증이 없는 요리사들을 채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인옥기자 pio@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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