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원의 재활용과 그 수익금을 자선과 공익에 사용해 나눔과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경기지역본부(경기그물코센터)가 개장 3주째를 맞았다.
지난달 19일 개장식을 한 이래 3주밖에 안된 시점이고 위치한 안양 명학역 주변이 번화한 곳이 아니어서인지 아직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긴 하지만 끊어진 생명의 그물코를 연결하는 야심찬 청사진처럼 한발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지원한 씨앗기금과 이로재건축사무소에서 설계와 우림건설의 시공으로 리모델링된 경기그물코센터는 지하 1층과 1층을 수거된 물품을 수선하고 정리하는 '되살림생산방'과 2층 가게 매장, 3층 인터넷몰과 환경교육장, 그리고 휴식공간으로 사용되는 옥상 '하늘정원'으로 구성됐다.
센터의 박병혁 간사는 경기그물코센터가 매장규모로도 최대이지만 기증된 물품 수거 및 수선은 물론 가격을 매겨 이를 수도권 일대 개장된 아름다운 가게에 배송까지 전담하는 물류센터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가게 메니저 두명, 인터넷몰 관리자 두명, 그리고 교대 자원봉사자 40여명으로 아직 정착이 안돼 현재 매장 방문객이 하루 150여명에 불과하지만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증과 직접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들도 늘고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매장 물품 중에는 독지가나 기업이 후원한 기증품들 외에도 친환경상품, 장애우가 만든 물품들이 즐비했고 조만간 제3세계 수제품을 들여와 이를 판매할 계획이다.
박 간사는 경기지역본부의 이름이 '그물코'인데 대해 "범어인 인드라망과 뜻을 같이하는 말로 세상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있듯 이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고 말하고 "나눔과 순환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가게의 꿈이 바로 이러한 관계성을 다시 회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름다운 가게가 우리사회의 새로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문화운동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새것'을 선호하고 끝없이 소비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불식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그물코센터는 이들 취지에 동조한 기업이나 관공서가 참여를 원하면 물품 기증 외에도 직접 매장에서 판매 등 봉사활동을 하도록 '아름다운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개장 다음날인 지난 20일에는 강금실 법무장관과 법무부 직원이, 27일에는 유니레버 직원들이 센터를 찾아 자원활동을 했다.
2년전 시작된 아름다운 가게가 전국적으로 계속 늘고있는 추세로 볼 때 '생태계의 그물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희망이 단지 헛된 꿈이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
탐방 후기
아름다운 가게 하면 우선 모델로 삼았다는 영국의 옥스팜을 떠올리곤 한다.
2차대전중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물품을 팔아 그 수익을 공익과 자선을 위해 나누고 생명을 살리는 빈민구호사업을 펼쳤던 옥스팜이 6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영국 전역에 걸쳐 눈에 띄기 때문이다.
경기지역본부 개장식날 손학규 도지사는 축사에서 자신의 영국 유학시절, 종종 옥스팜에 들러 생활용품을 구매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가 가게 제안을 했을 때 선뜻 수용했다는 이야기를 밝힌 것처럼 기자 역시 2년여의 영국 거주 경험을 통해 동네 어느 곳을 가도 옥스팜을 비롯한 채리티샵이 즐비해 있는데 놀라움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우선 끊임없이 새로운 물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겨지는 현대 소비문화 시대에 헌옷가지, 헌물품이 대규모로 기증되고 판매되는 현상도 놀라웠고 무엇보다 매장에서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공익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노년의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한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사회 비평가 피에르 브르디외가 주장했던 바처럼 소비문화가 지고의 선처럼 조장되는 시대에 유산계급은 무산계급과의 차별성을 위해 더 고급한 것, 색다른 것을 추구하고 이에 못미치는 계층은 또 이를 따라가기 식으로 모방하는 천박한 소비문화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우리사회의 명품 추수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런 사고와 의식이 주류를 이루는 세태에서 헌 물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수익금을 통해 어려운 계층에 쓰여지는 의미 외에도 기부를 통한 나눔의 정신, 자원활동을 통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데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의 꿈을 믿고 싶다.
아름다운 가게가 영국의 옥스팜이나 미국의 굿윌처럼 우리사회의 기부와 자선문화의 대명사로 불려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영주기자
pourche@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