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를 통해본 나혜석 들여다보기

2004.04.25 00:00:00

당대 전투적 여권운동가로 살다간 정월이 후대의 여성들에게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서양화가이자 소설가로 알려진 선구적 페미니스트 나혜석을 '섹슈얼리티'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심포지엄이 열려 화제다.
정월 나혜석 기념사업회(회장 유동준)가 23일 경기도문예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7회 나혜석 바로알기 심포지엄'은 그간 정월의 드라마틱한 삶과 글, 그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페미니스트로서의 '섹슈얼리티'로 나혜석을 조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영화평론가 유지나(동국대 교수)는 '나혜석 섹슈얼리티 담론연구'에서 그간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자의 '거울'로서만 설정되고 이해됐다고 주장했다.
정월과 같이 가부장제와 전면전을 벌여 이탈한 주체의 일그러진 삶을 강조하고 기존 시스템과 관습을 부정하면 비참한 말로에 처해진다는 반면교사용 이단성과 예외적 여성 주체의 불행만을 강조해 왔다며 이제 여성도 욕망을 갖고 이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다.
유지나는 정월을 프랑스의 마그리트 뒤라스에 비유하면서 봉건적 가부장제가 옥죄고 있던 식민지 조선시대에 '고통이 글이되고 삶이 돼 온몸으로 쓰는 작가'를 발견한 것이 새롭고도 놀라움 그 자체라고 칭송했다.
정월이 입센의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인 노라를 차용한 '인형의 가'라는 시에서 '노라를 놔주게'라고 표현하면서 딸-아내-어머니로 이어지는 가부장적 시스템 속에서 남자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에 불과한 자신의 주체성의 욕망을 토로하고 후일 스스로 탈주를 감행한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유지나는 또 '독립여성의 정조론'이나 '영이냐, 육이냐, 영육이냐'의 텍스트에서 보여지는 정월의 에세이를 해석하면서 가부장적 결혼질서 속의 딜레마인 이성애의 열정이나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부장적 결혼제도가 남성에게는 사랑이라는 '로맨스 판타지'를, 아내에게는 '정조' 관념을 강제하는 속에서 유지돼 왔다고 보는 유지나는 가부장적 정조론이 기혼여성 일방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부자연스럽고 부당한 것으로 인식해 정월이 21세기의 오늘에 비춰도 불문율이라 할만한 '남자공창제'를 프랑스 사례를 인용해 제기한 것은 파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월의 '모된 감상기'를 통해 본 모성으로서의 여성주체를 논하면서 유지나는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류의 가부장적 가족론 속에서 설파되는 어머니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가 모성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검토되지 않은 모성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따라서 유지나는 서구에서도 1970년대에 비로소 모성신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모성애 탈신화화가 제기된 것에 비출 때 이미 1930년대에 제기한 정월의 탁월성을 칭송하며 현대적 아젠다(의제)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피력했다.
김영주기자 pourche@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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