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늘]얼음꽃

2020.04.01 19:30:00 16면

 

 

 

얼음꽃

/권순자

바람결에 맴돌다가
당신이라는 매끄러운 표면에
얼어붙은 나의 운명
당신에게 하얗게 엉겨 꽃이 되었네
죽도록 붙어서 짧은 인연 애달파라
녹아내리며 매달려 애달픈 사랑
기다려줘
작은 알갱이로 잠깐만 빛날게

빛이 당신과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네
야멸찬 빛
당신은 나를 주워 담을 수 없어서 우네
빛이 나를 데리고 가네

미끄러운 절벽을 견디는 비밀은
빛이 뒤돌아보는 순간 내가 투명하게
생을 멈춘다는 것
당신은 햇살에서 나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

아, 나는
녹지 않는 사랑이 되고 싶었네.

 

 

 

 

■ 권순자 1958년 경주 출생.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심상》으로 신인상, 동서커피문학상, 시흥문학상,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우목횟집』, 『검은 늪』,『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개의 눈물』 3권, 『청춘 고래』 등이 있고,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Mother's Dawn』(『검은 늪』영역시집)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를 출간했으며, 한국시인협회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권순자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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