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 화백 아트토크서“분단, 예쁘게 그린다는 것 어울리지 않아” 고백

2020.07.27 10:18:00 20면

송창전 아트토크 개최, 대담패널 이선영 미술평론가 참여
분단을 주제로 그리는 이유? 시대적 반영 고민 계속돼

송창 “‘경계인의 풍경, 송창 전’ 부드럽게 선보인 전시”
이선영 미술평론가 “풍경? 여러 가지 담아내는 표현”

 

‘분단’을 주제로 삶을 그려낸 송창 화백이 아트토크를 통해 관람객들과 작품세계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3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해움미술관에서는 송창 화백의 아트토크가 열렸다.

 

민중미술작가 송창 화백은 초기 민중미술의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분단과 통일에 대한 열망을 회화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날 아트토크는 1부 송창 화백의 예술가로 살아가는 일상적 생활과 인생관을 이야기하는‘작가론’과 2부 송창 화백의 작품세계를 전하는 ‘작품론’으로 구성됐다.

 

대담패널로 참여한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를 직접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전했다.

 

특히 그는 “수원역에 내려서 ‘수원역전시장’이라는 안내표지를 보고 ‘수원역에 전시장이 있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원 역전 시장이었다”고 말하며 “이처럼 경계라는 것이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에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 미술평론가는 ‘경계’를 키워드로 그림을 그려가는 송창 화백에게 “왜 계속 분단을 그리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송 화백은 “요즘 젊은 세대는 생소할 텐데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어린시절을 추억했다.

 

이어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가 힘들었다. 예술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됐고, 그런 갈등 속에서 시대적 반영이라는 이야기를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1980년대에는 개인이 미술 전시를 하기 힘든 환경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송창 화백은 2020 지역문화예술플랫폼의 일환으로 열린 ‘경계인의 풍경, 송창 전’에 대해 부드러운 전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기억에 남는 것들을 작업해 선보였다. 앞서 이선영 평론가에게 ‘이번 전시는 아주 부드럽게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로서는 부드러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송 화백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전시실 안쪽에는 해골을 3D 프린팅으로 표현하거나 미사일을 그린 그림도 있다. 미군폭격장으로 쓰인 평택 대추리, 화성 매향리 등에 다니면서 폭탄을 많이 모아놓은 것을 봤다”며 “분단 이야기, 무기를 표현할 때는 거칠고 강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예쁘게 그린다는 것도 맞지 않다”면서 풍경 중심으로 부드럽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선영 평론가 역시 “풍경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는 융통성이 있는 범주 같다”면서 “풍경은 비극적인 현실도 멀찍이 보기 때문에 거리감을 주고, 신비한 표현이 될 수 있다”라고 풍경이라는 표현이 주는 부드러움을 이야기했다.

 

이날 아트토크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송창 화백의 그림을 처음 접했다고 밝힌 뒤 “아마추어의 시각으로 맞게 봤는지 궁금하다. 임진각이나 DMZ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표현하지만 그 안에 상처나 총 자국 같은 그림자가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송 화백은 “어느 날 연천 화장장을 찾았는데 잡초가 키만큼 우거진 곳에 있던 굴뚝 연통에 누군가 조화를 올려두었더라.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꽃상여를 이용했다”며 “그만큼 삶과 죽음과 관련해 꽃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대로 작업 속에서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에 풍경 사이사이에 꽃을 많이 사용했다”고 의미를 풀어냈다.

 

황옥남 해움미술관 관장은 “세 달 가까이 ‘경계인의 풍경, 송창 전’ 전시회를 열면서 코로나19가 이 전시와 밀접하고, 내적 갈등이라던지 기쁨 등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했다”고 인사했다.

 

이어 “송창 화백을 만나기 전에 작품을 먼저 접했을 때는 삶 자체가 질퍽하고 역경을 이겨내는 삶이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그에 따라 외모도 괴팍하지 않을까 했다”면서 “반대로 송창 화백을 직접 뵈니 너무 부드러웠다. 송 화백이 국가의 자상이 아닐까 싶다”며 그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노성우 수습기자 ]

신연경 기자·노성우 수습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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