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민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2020.10.29 11:58:33 10면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차재훈 원장
'정치학'의 묘한 매력...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
무조건적 다수결 원칙, 위험한 발상... '모병제' 도입해야
구한 말보다 더한 격변기... 미래 한국에 닥칠 위협 사전 파악 중요

포탈 검색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를 찾아봤다.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사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돼 있다.

 

그럼 민주주의는? 당연히 다수결 원칙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보다는 좀더 깊이 있는 지식과 넓은 식견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와 사회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빠르게 파악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차재훈 원장과의 만남은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을 만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면서도 '정치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에 묘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마치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라도 듣고 있는 듯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차 원장의 입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의 상당한 무게감 때문이었다.

 

작게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부터 나아가 경기도, 내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정말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그의 삶의 태도가 내내 언행에 담겨 마음에 와닿으면서 알 수 없는 전율감을 경험하게 했다.

 

 

"다수결의 룰을 적용한다고 해서 모든게 정당성을 인정받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가 자녀를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어할 경우, 해당 학교 부모들이 찬반 투표를 해서 결정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거죠. 공부할 권리는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학생이라면 보장받아야 할 권리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인권은 소수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결의 룰에 짓밟혀서는 절대 안됩니다."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부연한다. 한국 사회에 더불어 살고 있는 많은 다문화가정이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인 한국사람 위주의 문화에서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미국식의 평등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억압적인 민주주의 룰의 하나라고 차 원장은 알려줬다. 즉,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편의주의적 정치제도로, 우리가 이것을 근본적 원칙이고 철학인 것처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주제를 사회가 인정해주는, 그러한 가치관의 리스트에 국민적 합의가 있는 사회가 됐을 때 비로소 자유주의의 시스템이 완성된 나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주의는 애초 출발 자체가 개인의 권리와 인권, 자유주의적인 포용적 제도를 보장해주려고 한 것이니까요."
 
결국 장애인을 위한 문제나 국가 안보, 인간의 삶과 관련된 주요 사안에 관해서는 국가가 철저하게 분리해 철학지표를 만들고 적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국민 또는 전문가 그룹에게 물어볼 게 있고, 대의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  

 

참고로 대의제의 뜻을 살짝 덧붙이면,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 및 대통령을 선출해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의미한다.

 

차 원장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는 또다른 쟁점은 '모병제'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게 된 것도 모병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전체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군 부대를 직능별로 나눠서 샘플을 만들어야죠. 10개면 10개, 작은 규모로 뽑아서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같은 부대 안에서 모병제를 운영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전력을 테스트해 비교해보면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자리 창출의 효과와 함께 군대가 전문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적은 비용으로 국가의 힘을 강력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란 얘깁니다. 3년이든 5년이든 해보는 거죠. 빨리 하려고 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급여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다. 한데 그것도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게 차 원장의 견해. 현재 병장 월급이 60여만 원 정도, 하사관 1호봉이 170여만 원 정도에 달하니 우선은 1인당 200만~250만 원을 책정하고 30개 월 가량을 운영해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원해서 군인이 된 사람들의 기술적인 전문성과 적극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그다.    

 

 

한국 사회의 현 상태에 대해선 다소 걱정스런 조언을 내놓으며 말을 이어간 차 원장이다. 첫째, 지구상에서 아직도 냉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최후의 긴장된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게 그 이유다.

 

둘째, 적어도 예전에는 군 시설이나 공공기관의 어떤 이익, 사회학에서 말하는 공공재에 있어서는 양보를 하던 세상에서 이기적일 만큼 개인 위주로 바뀌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스코어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위협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테크놀로지에 해당하는 전략 무기들이 없어요. 훌륭한 국방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거죠. 게다가 군시설은 나의 안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안전까지도 지켜주는, 대중을 위한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양보를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 조차도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형국이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그는 2021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도 한국 사회는 독립의 문제나 민족주의의 문제, 사회주의적인 개념의 문제, 자유주의에 대한 억압 등 모든 게 미해결된 상태라고 본다. 여전히 정치적 이슈와 이데올로기 논쟁의 뜨거운 쟁점을 다루고 가야 하는 사회라는 얘기다.

 

그러니 '정치학을 공부해야 된다'고 두 번 세 번 강조하는 차 원장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다시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역시나 정치학을 공부하겠다고 할 만큼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인 까닭이라고.

 

특히 정치인이나 적어도 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 한국에 닥칠 위협의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위험으로부터 돌파할 것인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차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사이, 그가 우스갯소리라며 들려준 얘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질문은 '남편이 유흥업소에 가는 걸 부인이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였다. 그거야 예쁜 여자들이 많으니까? 혹시 바람 날까 두려워서? 그의 대답은 이랬다.

 

"얼굴이 이쁘게 생겼다고 해서 위험한 건 아니지요. 유혹을 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여자가 있을 때 위험한거죠."

 

강한 국가는 그저 강한 국가일 뿐, 아무리 약한 국가일지라도 위협의 의지를 가진 국가가 있을 때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에둘러 풀어준 이야기다.  
  
한국 사회는 구한 말보다 더한 격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이를 헤쳐나가는 혜안을 갖기 위해서는 정말 좋은 지혜와 솔루션을 찾기 위한 공부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그는 당부한다.

 

그것이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이 아니라도 말이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강경묵 기자 3174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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