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코로나 이후 국제정세 예측과 隱知豫力(은지예력)

2021.04.21 06:00:00 13면

 

우리는 1년여 간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면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4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의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코로나는 종식될 것이다. 코로나가 준 교훈 중의 하나는 코로나와 같은 돌출적 위기(surprise)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 파장 또한 기존의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은 현재의 코로나 국면 수습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국제정세를 미리 상상해보고 대비하는 일이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적 한계가 5년이라는 통설이 있고, 전문가의 예측조차 틀리는 경우기 비일비재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길이라도 예측하는 노력은 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열어줄 것이다. 적어도 ‘예고된 위기’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예고된 위기이자 기회는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감염병의 출현, ▲혁명의 씨앗 배태, ▲세계화의 급속한 변화, ▲국가행동주의 시대의 도래, ▲소규모 모임으로 갈라지는 세계, ▲지킬하이드 세상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해 코로나보다 감염력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란 전망은 상식이 되었다. 여기에다 항균제에 저항하는 바이러스 돌출과 천식과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지속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 활력도 떨어뜨릴 것이다. 부자와 빈자간의 격차를 심화시켜 ‘혁명의 씨앗’이 배태되어 사회불안 야기 소지도 농후하다.

 

세계화 역시 퇴보하여 ‘소규모 모임(bubbles)’으로 분화할 것이다. 세계는 어쩌면 코로나 판데믹이 야기한 위기가 가져다 준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지도 모른다. 함께 행동하지 못했으며, 다자주의도 부활시키지 못했다. 많은 국가들은 시민들과 정부 간의 신뢰의 끈을 약화시켰다. 이렇다 보니 국민을 상대로 한 통제와 감시 그리고 권위주의적 통치에 의존하고 있다. 판데믹은 글로벌 경제를 조각내어 자력갱생하는 소규모 모임체(bubbles)로 만들고 있다. 이는 성공확률도 높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제한함으로서 우리의 삶을 더 핍박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인도 등 강대국 간의 관계는 이전 보다 더 염려스럽다. 판데믹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이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제기구 또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계화의 다음 국면은 무엇일까?

 

무역거래와 투자의 축소, 코로나 판데믹 여파와 더불어 지정학적 대결과 각국 정부의 행동주의다. 글로벌 공급체인은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변화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탄생하겠지만, 국가행동이라는 지속적인 도전요소에 직면할 것이다. 경쟁국을 제압하기 위해 빈번히 경제나 금융을 무기화하여 경제제재·보이콧 등 다양한 제한조치를 구사할 것이다. 모든 정책적 수단을 경쟁국 제압이나 약화를 위해 동원할 것이다. 포괄적 무역협정·다자협정 등에 대한 규제를 갈기갈기 찢어서 무역이란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자 한다.

 

국가행동주의는 자연스럽게 보호무역주의로 간다. 그리하여 국가 간 갈등을 깊게 하고 공급체인을 파편화하고 급기야 글로벌 이노베이션과 성장을 가로막는다. 자연히 지킬하이드 세상으로 변한다. 현대 국가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복지를 증대시켜옴과 동시에 기념비적인 재앙과 문명파괴도 초래했다. 판데믹은 기후변화와 핵확산과 더불어 인간에게 존재론적 위협을 가중시켰다.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를 위한 투쟁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세계 각국이 현대화가 가져온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 보도록 하고 있다. 반성 촉구와 더불어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 한다.

 

묵자는 말했다. 若爲善名(약위선명)은 若爲盜(약위도)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만 높이려고 일을 행하는 것은 도적질과 같다는 뜻이다.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넘치는 불안한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집권층의 隱知豫力(은지예력)의 정신이 절실하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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