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기대 반, 우려 반 국가교육위를 제대로 만들려면

2021.07.06 06:00:00 13면

 

 

지난 1일 국회는 교육부의 권한 중 교육의 중장기 비전 및 국가교육과정 수립권한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는 준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의 으뜸 역할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활성화해서 중장기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신설될 국가교육위가 과연 약속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교육위 구성에서 정부여당 몫이 과반수다. 위원 임기가 대통령 임기보다 짧은 3년에 지나지 않고 연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가 과연 초정권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원장 외에 상임위원은 2인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18명의 비상임위원을 포함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1인당 5분씩만 발언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기 때문이다. 셋째,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사무처가 구성될 경우 업무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승진을 노리는 일반직 공무원이 전국에서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전문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두루 갖춘 인물들이 국가교육위원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혁신적인 위원선임절차를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의 중장기 비전과 정책 수립을 사회적 합의기구에 맡긴 입법취지가 살아난다. 둘째, 위원 주도로 학교급별, 분야별, 과업별 소위원회, 전문위원회, 태스크포스 등을 적극 운영하는 업무수행방식을 내부규정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18인의 비상임 국가교육위원 각각이 교육의 각 분야나 주요 현안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의 책임주체가 된다. 셋째, 설립준비단에 다양한 교육전문가와 교육활동가를 골고루 포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 전문성과 대표성을 최대한 반영한 사무처 직제안과 예산안, 업무규정안을 만들어낸다.

 

설립 준비과정에서 교육부와 행안부, 기재부는 무조건 축소 지향적으로 대응하게 돼있다. 그래서다. 국가교육위 조직을 독립성과 전문성의 관점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모범계획 행정조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정부여당의 확고한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교육계와 시민사회도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감시해야만 국가교육위가 유명무실한 또 하나의 교육 관료기구의 얼굴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교육위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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