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깜깜이 북한을 상대하는 방법

2021.07.09 06:00:00 13면

 

 

최근 북한 동향중에 우리가 궁금해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방역태세하에서 당 간부들의 태만과 무능으로 발생했다고 하는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극심한 식량위기를 토로하면서 인민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직접 서명해서 시행했다는 ‘특별 명령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척 수척해 졌다고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상태는 어떤지가 대표적인 궁금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대화가 활성화되고 북한이 개방사회라면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은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이 직접 탐색하는 휴민트 정보에 근거하거나 통신 감청 등 최첨단 장비를 통한 시진트 정보를 통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소원한 상황에서는 휴민트 정보는 기대하기 어렵고 시진트 정보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남북관계가 소원할 때 북한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은 북한의 방송 보도나 대북소식통이라고 하는 북한 내부인사의 전언을 통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북한의 방송보도 자체가 선전 성격이 강하고 대북소식통도 신뢰도 확인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아울러 북한 내부 동향을 부분적으로 살펴볼 수 있지만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가 어렵다. 특히 백두혈통에 의해 통치되는 북한 최고 수뇌부 의중과 동향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시각 장애우 코끼리 만지기’식이라고 비유하거나,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걸 알기 어려운 ‘깜깜이 북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북한 동향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하되 북한 실상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객관적인 북한 변화 지표(index)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반도 상황의 변화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정확한 평가와 희망적 가정을 토대로 한 대북정책 수립과 집행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대안은 북한의 대외적인 말과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고 우리가 제시한 변화 지표에 북한이 호응해 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즉, 북한 방송에서 나오는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이나 대북 소식통 전언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일희일비하면서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가는 것이다. 북한의 힘에 의한 대결 시도에는 굳건한 억지력으로 대응해 주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만들어 간다는 원칙하에 북한과의 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보수와 진보정부에 따라 대북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 한반도 평화시대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보수 진보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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