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의 고온극복형 온실사업 ‘특혜 시비’ 불거져··“총리의 입김 있었나”

2021.09.02 22:51:56

농촌진흥청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의 업체 선정과 추진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농업의 4차 산업혁명인 ‘스마트팜’ 사업에 1천억 규모의 예산을 지난 2020년까지 투입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농업 분야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은 고온에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고온극복형 온실 기술을 소개했다.

 

이로 인해 2018년 9월 UAE 대학에 이어 2019년 5월에는 아부다비 농업식품안정청과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된다.

 

이에 발맞춰 농촌진흥청도 2019년 4월 30일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 3차 추가공모’를 통해 고온 극복 혁신형 스마트 온실 테스트베드 구축 및 재배환경 최적화 연구의 수행자로 성도그린을 선정하고 준공 사실을 알렸다.

 

 

진행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측됐던 사업은 2019년 9월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경남 김해의 한 민간사업자가 건축한 고온극복형 온실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해지역의 최대 풍속은 19.2m/s로 약 8등급에 속하는 풍속이었음에도 고온극복형 온실은 재사용 불가 판정을 받고 철거 후 재건축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2020년 1월 15일 ‘고온극복형 온실 추진 관련 청장 지시 이행 계획’이라는 문건을 통해 2020년 추진계획을 수립한다.

 

문 대통령이 UAE를 방문 시 왕세제에게 했던 말을 인용해 열대 사막지역에서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하고 앞서 태풍 피해에서 제기된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가 제시된 것이다.

 

 

또한 농촌진흥청 청장은 당초 장미와 딸기 재배를 위한 온실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 커피, 아열대 과수 등으로 실증 작목을 확대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시설재배혁신사업단이 신설되고 광폭온실연구단과 해외실증연구단 그리고 소재부품연구단이 발족하게 된다. 여기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농촌진흥청이 국가기관의 과제수행자를 선정하면서 별도의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의 지시사항에 따라 원천기술 보유자인 무등농원의 김종화 대표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연대 취재진의 강진구 기자는 “총 사업비가 145억 3000만원에 달하는 국가사업을 별도의 입찰과정 없이 단독 선정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면서 “과제 수행자인 김종화 대표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1975년부터 광주로 이주해 장미 재배의 외길을 걸어온 분이시지만 2020년의 수행과제는 파프리카 생산이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배된 파프리카의 첫 수확에선 30% 이상의 기형과가 발생했으며 딸기의 경우에도 성장이 비정상적이고 과실도 달리지 않는 문제가 야기됐다.

 

 

여기서 연대 취재진은 흥미로운 내부 보고서 문건을 입수한다. 내부 문건에선 고온극복 온실사업의 기술적 문제점과 경제성 미비 등이 지적됐으며, 이외 기술 외적인 문제로 ‘특정인만 과제 수행’과 ‘청와대 내·외부에서 총리 지인 때문이라는 소문이 팽배하게 퍼짐’ 그리고 ‘추후 특혜 문제 발생 우려 큼’이라는 항목이 적시됐다.

 

‘내재해 규격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실 시공 이미 시작’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특히 ‘청장님 이외 직원의 의견은 온실개발자가 수용치 않음‘이라는 항목은 아예 푸른색으로 강조까지 했다.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인 이낙연 전 총리로 과제수행자인 김종화 대표와는 전남도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낙연 전 총리가 2017년 3월 2일 작성한 페이스북에는 “위대한 남자 3월 2일 처음 뵀고 첫 눈에 반했습니다. 자주 뵐 것 같습니다. 마치 연애하듯이”라고 무등농원 김종화 대표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취재진은 과연 이낙연 전 총리가 2017년 3월 2일 김종화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이 사실인지 궁금해졌다. 계속된 취재과정에서 취재진은 또 다른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도지사 지시사항이라고 명시된 ‘광주 무등농원 온실을 지자체 재배단지로 조성할 가능성과 적절성’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페이스북에 글을 작성한 2017년 3월 2일보다 훨씬 이전인 2016년에 작성됐으며, 무등농원을 콕 짚어 사업성 검토를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은 초기 설치비용(약 40억 원)이 너무 높아 임대료도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청년농이나 귀농 농가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내재해성과 시설구조의 안정성은 물론 내구성의 검토와 인증이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다시 말해 전남도지사 시절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던 사업을 이낙연 전 총리가 국무총리를 하면서 다시 밀어부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연대 취재진의 최영민 감독은 “연구원들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김종화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했으며 당연히 연구원들은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2019년 4월 농촌진흥청 공모에 선정된 성도그린(온실건축사업자)과 2020년 과제 수행자로 선정된 삼진스마트(온실 시공업체) 역시 김종화 대표를 대신해 입찰을 진행했던 업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종화 대표는 농촌진흥청 내 온실 옆에 화장실과 샤워실은 물론 침대까지 구비한 작업동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종화 대표의 사비로 2000여만 원을 들여 만든 작업동은 분명 불법시설이다. 주거용 시설은 반드시 주택허가를 받고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대변인은 “해당 건물은 농촌진흥청 직원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며 그런 시설은 농촌진흥청 곳곳에 있다”면서 “김종화 대표가 물러나면서 기존 건물을 철거를 했고 현재 보이는 건물은 새로지은 건물”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해당 건물에 붙여놓은 태그를 보면 2019년 12월 13일에 설치했으며 이듬해 여름인 7월 22일에서야 에어컨이 설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휴식공간이라고 주장하는 대변인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령 농촌진흥청의 설명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철거 이전까지 김종화 대표가 불법시설을 운영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한편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김종화 대표와 과제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몇몇의 연구원들이 인사조치를 당했으며, 심지어 임기를 11개월이나 남겨둔 농촌진흥청 최고위층 인사도 인사조치의 대상이었다고 토로했다.

 

한 개인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현재 미지수다. 다만 이낙연 전 총리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치더라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해명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심혁 기자 ]

심혁 rkdtjdn10@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